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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이 들면 연민의 정이다

황혼이혼이니 졸혼이니 하는 말들이 널리 회자 되는 세태다. 이러한 때 영어교실에서 본 애틋한 부부애가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매학기 시작하기 전에 실시하는 설명회에 부부가 같이 와서 듣고, 부인만 등록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영어를 잘하는 남편이 설명회에 같이 와서 듣고 자신의 부인이 영어회화를 위해 공부할 만한 곳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 K씨는 한국에서 학교 교사였다. 미국생활 40년, 이제 손자 손녀를 돌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몇 번 영어공부를 시도해 보았지만 성과가 없었다. 남편이 영어를 잘해서 불편 없이 살 수 있었다. 갑자기 남편이 부인에게 영어공부를 하라고 권하기 시작했다. 건강이 옛날 같지 않자 자신이 먼저 떠나게 되면 혼자 남을 부인이 영어를 못해 얼마나 답답할까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설명회에 같이 참석한 남편이 권해서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오전반에 와서 공부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낮에 일이 생겨 저녁반에 와야 하는데, 야맹증이 있어 밤에 운전을 못 하는 것이었다. 25마일의 거리, 학원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남편이 운전해서 왔다. 남편은 수업 중 차에서 1시간 40분을 기다렸다. 아무리 캘리포니아라도 겨울밤은 매섭다. 교실에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권해도 학생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차에서 기다렸다. 문맹인 채로 미국에서 혼자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부인에 대한 염려가 그를 추운 겨울에 1시간 40분씩 밖에서 기다리게 했을 것이다.

# P씨는 은퇴한 산부인과 의사였다. 그녀 역시 영어를 잘하는 남편과 같이 설명회에 참석한 후 남편이 권해서 등록을 했다. 미국병원에서 근무하는 중 영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자, 남편이 권해서 일찍 정년 퇴직을 했다. 남편은 치과 의사이고 영어를 잘했다. 그녀도 남편이 일은 그만두어도 영어는 해야 한다고 권해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학원에서만 공부하고, 집에서 반복연습을 하지 않는 것은 음식을 씹고 넘기지 않는 것과 같다. 음식을 씹고 넘기지 않으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공급되지 않아 몸이 지탱할 수가 없는 것처럼 영어회화는 집에서 배운 것을 반복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말할 수 없다. 이것을 잘 아는 남편이 매일 퇴근하면 방문을 열어놓고 공부하라고 한다며, 그녀가 웃었다. 같이 있지는 못해도 지나다니며 공부하는 것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남자보다 평균 7~8년을 더 사는 부인이 자신이 없을 때 영어 때문에 겪게 될 어려운 상황에 대한 염려가 그가 그렇게 하도록 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같은 삶을 공유하면서 만들어진 동지애 같거나, 삶을 같이 헤쳐 온 상대에 대한 연민의 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나이 들면 사랑보다 연민의 정이 더 귀하다 하지 않는가.


최성규 / 베스트 영어훈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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