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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갈바람이 문턱을 넘는다

한낮에 백도를 넘나들어도 구월의 더위는 한물간 느낌이다. 석류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은 아무래도 지난해 스쳐간 갈바람인 듯 복중의 것과 다르다.

가을은 꽃과 열매와 단풍을 한아름 안고 산들바람으로 문턱을 넘는다.

설악산 권금성 꼭대기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를 판초 우의 몇 장으로 지새우던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워진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속에 아침도 거르고 내리길 두어 시간 만에 찾은 곳이 바위절벽 위다. 저 아래 손바닥 만한 주차장 길이 실금으로 가물거린다. 다시 오르고 내리다 겨우 비탈길을 찾아 미끄러지며 내려 평지에 다다르자 비 젖은 몰골들을 밝은 해가 전설처럼 나타나 비쳐두고 있다.



삥 둘러싼 산은 온통 단풍으로 치장을 하며 멋을 부리고 있다. 잎 하나하나의 조직이 예술이라 자연의 진실을 말해 준다. 60년 넘은 이야기다.

3등 완행열차의 낯선 이들의 틈에 끼어들어 한바탕 어울리고 싶기도 동해의 모랫바닥이 철 지났다 무어라 하겠는가. 권금성 집터에 남아 있던 방 구들장이 아직 있으려나 모르겠다.

산들바람이 곧 불어 오리라. 구석진 모퉁이에서 제대로 물맛을 못 보던 국화가 짤따란 키에 꽃망울을 맺는다. 아나헤임 고추가 한 뼘 넘게 자라 빨갛게 물들고 있다. 석류 잎 하나 머리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갈바람 초대장이다.

"그냥 오십시오/ 모두 두고 오십시오/ 쌈지도 가방 끈도/ 기도도 두고 오십시오/ 그냥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모두가 단풍 고운 우리이지요."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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