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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를 틀 비결은

조엘 위트/전 미 국무부 북한정책관

지난 1년간 필자는 북한과 비공식 접촉을 이어왔다. 은퇴한 외교관과 전직 장교, 북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회담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도 전인 지난해 말 북한은 대화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미 대선 직후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접촉에서 북한 대표들은 지난여름에 단절된 워싱턴과 평양 간 채널을 되살리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양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식 회담 일정을 잡아보자는 제안도 했다.

올 1월 트럼프가 집권한 뒤에도 북한은 여러 차례 대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 관료들은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몇 달 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미 비공식 회담에서도 북측은 무조건적 대화 의지를 내보였다. 당시 조셉 윤 미 국무부 대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과 비밀리에 따로 접촉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의 관료끼리 처음 만난 자리였다.

여기서 북한은 "핵무기만이 미국의 평양 정권 전복 시도를 막을 유일 방안이라고 판단해 지난 1년 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다피와 후세인의 최후만 봐도 북한이 조심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며 "미 본토에 도달할 핵미사일 개발이 북한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몇 주 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미 접촉에서도 최선희는 "북한이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룰 때까지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것만 보면 암울하지만 다음과 같은 징후에는 희망을 품을 만하다. 내가 접촉한 북한 관리들은 "우리는 엄청난 핵무기를 가진 핵보유국이 되기보다는 방어에 필요한 만큼만 핵무기를 가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몇 달 전 북한은 "핵무기 개발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고 공표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추진해온 핵무기 프로그램의 종점이 다가왔다는 뜻일 수 있다. 북한의 한 고위관료는 내게 "(핵무기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도달하면 북한의 정책 1순위는 경제성장이 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미국이 대화의 포문을 열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미국은 어떤 조건도 걸지 않고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첫 단계에선 상호 입장을 분명히 파악한 다음, 협상이 가능한 지점과 불가능한 지점을 논의하고 다음 협상으로 넘어갈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 대화는 양국 외교관이 참여하는 비공개회의여야 한다. 2015년 이란 핵 협상 때에도 미국은 이와 비슷한 준비 단계를 몇 달 동안 거친 바 있다. 지금처럼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선 우선 미 대통령이 고위급 대북 특사를 임명하고, 이 특사가 미 국무부와 북한 관료들과 함께 일하게 하면 상황 진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협상 목표도 현실적이어야 한다. 비핵화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장기적 목표로 삼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단계적 해법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협상의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가장 먼저,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미국은 반대급부로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를 조절하거나 대북제재를 완화해 평양의 우려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미국의 관심사인 핵 및 생화학무기 비확산 약속은 그다음 단계에서 받아내면 된다.

물론 대화를 위한 사전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툭하면 위협적 트윗을 날리는 대신 평양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고 설득하기가 쉬워지고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담판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 군사 옵션을 거론하면 할수록 북한의 핵 개발 의지만 강화할 뿐이다. 만약의 핵전쟁이 가져올 참화를 상상해 보면 이는 중대한 실수다.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 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7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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