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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절대 갑 플랫폼

마케팅 에이전시에 다니는 친구와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최근에 광고 혹은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회사의 크기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플랫폼에서 에이전시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구글에서 만든 농심 신라면 선전이 화제가 됐다. 전 세계에서 신라면을 먹는 사람들의 소리를 테마로 해서 만든 동영상은 5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렸다. 구글은 농심에게 공짜로 광고를 선물했다. 구글이 가진 데이터로 볼 때 신라면의 가치와 농심의 성장세를 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를 밝히면서.

과거에는 에이전시가 필수적인 존재였다.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고 광고를 제작하고 어떤 미디어에 어떻게 게재할 것인지 까지 모두 에이전시가 맡았다. 에이전시에는 오랜 기간 동안 광고업을 하면서 생긴 제작 노하우와 광고를 어떻게 노출하면 좋을지에 대한 데이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모든 데이터를 쥐고 있다. 그들이 광고주와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광고제작능력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플랫폼 내부에 광고를 제작해주는 이른바 '인하우스 프로덕션팀'이 많아지고 있다. 에이전시의 직원들을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사실 플랫폼에서 광고를 제작해주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페이스북에서는 4년 전 도브의 광고를 제작해서 공짜로 선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광고를 가지고 자신들에게 광고비를 더 많이 쓰라는 것이었다. 수백만 달러를 써서 만들던 광고들은 이제 광고를 내면 무료로 주는 서비스 상품이 됐다.

올해 초에도 플랫폼의 위력을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에게 게시물이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바꾼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이제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게시물보다는 친구들의 게시물이 더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후폭풍은 거셌다.

페이스북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동영상으로 전해서 인기를 끌었던 채널 '리틀 띵스'는 알고리즘 변화 한 달 만에 폐업했다. 충격이었다. 1200만 명이 구독을 하고 있고 월간 조회수가 5800만에 달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변화가 시작되자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고 결국 문을 닫았다.

한 달에 2억 2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 채널로 등극한 '어텐션' 또한 비상이 걸렸다. 어텐션은 페이스북에 '올인'하던 채널이었다. 자사의 웹사이트나 다른 소셜미디어 채널에서는 영향력이 미비했다. 알고리즘이 바뀌고 조회수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인원감축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는 이유는 하나. 그 곳에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지구 대부분의 지역이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로 연결돼 있다. 최근 정보유출 사건 때문에 페이스북을 탈퇴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내 주위에 이러한 행동을 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전시를 집어 삼키고 미디어의 운명을 좌우하며 사람들이 떠나기도 쉽지 않은 플랫폼. 우리는 '절대 갑'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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