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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새출발 앞둔 아들 딸들 "화이팅"

신복례 / 외신담당부장
신복례 / 외신담당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4/1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8/04/13 20:00

며칠 전 12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아들의 아이비리그 입학 좌절에 분통을 터뜨리는 글을 쓴 적 있다.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4년 동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운동에 클럽, 인턴활동까지 전략을 세워 아이비리그 맞춤 스펙을 갖췄는데도 실패했다며 자신이 저소득층이었다면 들어갔을텐데 꼬박꼬박 세금을 보고해야하는 월급쟁이 중산층이어서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올해 아들의 대학 진학을 치렀기 때문에 원했던 대학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그 심정을 십분 공감한다. 그것도 8개 대학이 일제히 합격자 발표를 한 날 줄줄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면 참담함을 넘어 아마 그날은 죽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아들의 실패가 억울한 아빠는 연소득 2만8000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이거나 불우한 가정형편이었다면 아이비리그 입학 특혜를 받았을텐데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저소득층이 되지 못한 것을 아들에게 미안해하며 미국 교육제도가 월급쟁이만 손해를 보게 한다고 원망했다.

글이 나가고 독자들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렇다면 아이비리그에 자녀를 보낸 가정은 가난하거나 불우하거나 편법을 동원해 저소득층으로 둔갑한 사기꾼이냐는 항의였다.

미국 대학은 어떻게 입학하는 것인지 올해 처음 경험했다. "명문대 보내지 말라"는 애들 아빠의 어설픈 철학 때문에 그동안 칼리지 페어나 칼리지 탐방 한 번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대학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야. 사회에 나가 자기 인생을 시작하는 여러 과정 중 하나지. 첫 출발을 너무 높은 곳에서 너무 잘난 아이들과 시작하면 계속 그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인생 고단해져. 그러니 웬만큼 공부하고 대학도 웬만한 곳으로 가게 하자구." 학벌에 대한 엄마의 욕심이 끼어들 틈없이 보호막을 치는 바람에 아들은 대학 스트레스 없이 원서를 썼고 자기 수준에 맞는 대학들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이제야 그 대학들을 둘러보고 있다.

아들의 대입 과정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후진 의료시스템과 달리 교육시스템은 아직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세금보고에 근거해 부모가 낼 수 있는 학비 수준을 산정했고 그 이상을 넘는 돈의 상당부분은 정부와 학교가 부담했다. 한마디로 데려 오고 싶은 학생은 학교 측이 부모 능력을 넘어서는 돈을 내주면서 합격시켰고 그렇지 않은 경우 학교도 학비를 받아야 재정을 운영하는 만큼 돈을 제대로 낼 수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한순간 요행을 꿈꾸기도 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우리 아이도 혹시? 그러나 100년 넘게 매해 비슷한 서류를 살펴보며 자신들의 학교에 와서 잘 지낼 수 있는 학생들을 선별해내는 대학별 입학 사정 데이터베이스는 그런 요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바라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며 인생 방향을 정해야 하는 아들이 대학에서 좋은 누군가를 만나 내면의 불을 환히 밝히고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로 컸으면 하는 것이다.

아들이 합격한 한 대학에서 보내온 편지는 아들이 그런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지금부터는 아들이 운전자이고 부모는 조수석 승객이라고, 막 운전을 시작한 아들이 이룬 성취가 무엇이든 온마음으로 축하해주라고, 아들의 인생 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원한 대학이든 아니든, 대학을 가지않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든 부모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자녀가 실패자로 첫 출발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제 겨우 18살, 앞으로 험난한 세상과 맞닥뜨릴 자녀에게 부모가 줘야하는 건 잘했다는 격려와 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새 출발을 앞둔 모든 아들 딸들에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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