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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문턱 낮춰도 지원자 절대 부족

신학교의 현실과 미래는 어디에 (4)
정원 부족 사태 속출 계속돼
신학교 대부분 학비에 의존해

입학 기준 대폭 낮춰 학생 유치
졸업 학점도 줄였지만 소용없어
학교마다 온라인 교육 전환 시도
오프라인 교육 수준 넘는 건 숙제



미국내에서 영향력 있다는 신학교들이 저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풀러신학교는 재정 긴축의 일환으로 패서디나에서 포모나 지역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는가 하면 개신교에서 가장 오래된 신학교(앤도버 뉴튼)는 예일대학교 신학부와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신학교들이 환경적 어려움을 타파하고 생존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본지는 오늘날 신학교의 현실과 미래 등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신학교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 있어 가장 주요 원인은 '지원자 부족'이다.

이는 북미신학교협의회(ATS) 통계를 통해서도 이미 학생 수 감소 현상이 진행된 지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가주 지역 한 신학교 입학처 관계자는 "요즘은 정원을 채울 만큼의 지원자도 없다. 입학 설명회를 하고 여기저기 광고를 해봐도 소용이 없다. 이대로 가면 향후 수년 사이 문 닫는 신학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신학교 운영을 대부분 학생 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북미신학교협의회(ATS)가 발표한 최신 통계(2016-2017)를 분석해보면 신학교는 대부분 학비(40.9%)에 운영을 의존하고 있었다. 이어 타단체 또는 개인 기부(29.6%), 투자 유치(11.4%), 교단 및 종교 기관(9.3%), 정부 보조(1.1%) 등의 순이다.

즉, 신학교 재정 중 절반에 가까운 돈이 학비를 통해 충당되기 때문에 학생이 감소할 경우 재정 감소로 운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셈이다.

신학교들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생 유치를 위한 경쟁은 심화됐다. 이를 위해 신학교마다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하나로 학생 부담을 덜기 위해 신학교마다 졸업 이수 학점을 대폭 줄이는 추세다. 쉽게 말해 졸업 과정을 단축시켜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한 예로 풀러신학교의 경우 이미 졸업 학점(목회학 석사ㆍ기존 140 유닛)을 120 유닛으로 내린 지 오래다. 또 성경 원어 해석을 위해 필수로 택했던 히브리어 및 헬라어 수업 역시 선택 강의로 변경했다.

아주사신학교도 지난 2015년부터 졸업 이수 학점을 74 유닛(기존 90 유닛)으로 줄인 상태다.

D신학교 한 관계자는 "사실 지원자가 많았을 때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학생을 다양한 검토 과정을 거쳐 선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달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과거처럼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학생을 뽑는 것도 쉽지 않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일단 학생을 받아주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졸업 과정을 간소화시키고 입학 기준을 완화하다 보니 오히려 신학교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유현상(34ㆍ남침례신학교)씨는 "신학교들이 생존을 두고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학교 문턱을 낮췄는데 분명 나중에 문제점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물론 그만큼 신학교가 어려움에 직면해있다는 증거이겠지만 덩치는 줄이지 않고 문턱만 낮추면 결국 교육의 질적 하락을 불러올 수 있어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학교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자구책으로 내어놓는 전략은 온라인 학위 개설이다.

풀러신학교도 이번에 캠퍼스를 이전하면서 외형적인 하드웨어를 줄이고 온라인 수업 개설 등을 통해 디지털 교육 중심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풀러신학교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학교 측 발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학교 마크 래버튼 총장은 지난해 지역 캠퍼스 폐쇄 결정을 발표하면서 "2013~2017년 사이 학생 등록률을 보면 온라인 과정 등록은 5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지역 캠퍼스는 등록률이 30%나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풀러신학교는 학생 충당을 위해 온라인 과정을 대폭 늘리고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학생 유치 광고를 펼치고 있다.

또 라미라다 지역 탈봇 신학교(바이올라대학)를 비롯한 리젠트 칼리지, 댈러스 신학교, 웨스터민스터신학교, 트리니티칼리지, 미드웨스턴침례신학교, 리버티대학, 사우스웨스턴신학교, 칼빈신학교 등 종파와 신학 성향에 상관없이 대다수의 신학교가 온라인 과정을 속속 개설했다.

물론 신학교 문턱을 낮췄다고 해서 근본적인 어려움이 해결되는것은 아니다. 이는 임시 방책일 뿐 생존을 위한 대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로널드 디한(리폼드신학교) 목사는 "온라인 과정 개설은 시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지만 과연 그것이 오프라인 교육의 질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그 이상의 교육 수준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왜냐하면 현재 신학교들의 온라인 학위 개설의 주요 목적은 변화하는 교육에 대한 대처와 양질의 교육을 위한 심도있는 고민에서 비롯됐기보다는 학생 유치를 위해 마련된 임시 방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학교 관계자들은 "지금 신학 교육계는 변화를 위한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호 목사(LA)는 "분명한 점은 이런 과도기를 통해 수준 미달의 신학교 등이 자연스레 정리되고 현실에 안주했던 신학계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체질 개선이 될 것"이라며 "이번 풀러신학교의 캠퍼스 이전 결정도 당장은 힘들겠지만 오히려 내실 있고 건강한 신학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사제를 배출하는 가톨릭 신학교의 풀타임 학생 수는 증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개신교 한 관계자는 "가톨릭도 분명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거기는 사제 배출 과정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제에 대한 확고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개신교 신학교는 지난 수년 사이 문턱을 낮추다 보니 오히려 소명이 약해지고 목사 안수를 남발해 오히려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TS에 소속된 미국 내 가톨릭 신학교의 올해(2017-2018) 풀타임 학생 수는 7만108명으로 전년(6만4906명)보다 5000여 명이 늘었다. 반면 개신교 계열 신학교의 올해 풀타임 학생 수는 총 4만9112명으로 전년(5만216명)에 비해 감소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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