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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이사회, '몽니'는 안 된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운영·관리를 못해 학교가 폐교됐는데 이사회가 존속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사회가 자기들 돈으로 학교를 세운 것도 아니다. 한인사회와 한국정부가 피땀으로 모은 지원금으로 세운 학교다.

윌셔와 하일랜드에 있는 윌셔사립초등학교가 33년 만에 문을 닫은 상황에서 향후 이 부지와 시설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LA총영사 관저에서 남가주한국학원 개혁 방안 간담회가 열렸다. 총영사관과 한인사회는 기존의 학교 건물을 없애고 '코리안 뿌리교육문화센터(가칭)'를 세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폐교 사태까지 불러온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의 전면적 개혁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학원의 자산 운영과 관리를 전담할 재건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사회의 윌셔초교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이야기다. 현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는 윌셔초교와 주말 한국학교 12곳의 운영을 맡고 있다.

이 대목에서 폐교 결정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8월 21일 당시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이었던 정희님 현 이사장대행의 인터뷰를 살펴보자.



"2008~2009년 경제위기 이후 등록생이 줄었고 계속 적자가 났다. 그러다가 발전기금 50만 달러도 고갈됐다." -10년 전 이후로 대부분의 사립초등학교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가. 문을 닫은 학교도 많은가.

"한인사회서 기금모금이 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면 환영한다." -결국 한인사회에서 모금을 하라는 이야기인가. 환영한다는 말보다는 필요하다는 절실한 말을 해야 하지 않은가.

"기금조성 등은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말보다 실체가 있어야 한다. 주말 한국학교 활용과 본부 사무실도 보장돼야 한다." -사태의 당사자들이 지속성, 말보다 실체, 보장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가.

폐교까지 몰린 이사장의 말로 보기 힘들다. 일부 이사들은 윌셔초 부지와 건물 운영권은 이사회 권한이라고 정관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이사회의 의견은 향후 10년 동안 다른 사립학교에 윌셔초교를 임대하겠다는 것이다. 즉각적으로 한인사회는 반발했다. "말도 안 된다. 윌셔초 설립 취지가 어떤 것인데, 학교의 성격도 모르고 임대하느냐"며 "설사 임대해서 모기지를 갚았다고 치자,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거냐." 홍명기 이사장(M&L홍재단)은 "모기지 융자를 갚겠다고 청소년 정체성과 뿌리교육 장소를 한 달 1만5700달러에 임대하자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비난했다.

한인사회와 총영사관이 윌셔초 부지에 설립하겠다는 '코리안 뿌리교육문화센터'는 벌써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200만 달러 지원이 약정됐다. 13개 한인 단체로 구성된 코리아타운 아트&레크리에이션 센터(K-ARC)는 건립을 위해 100만 달러를, 흥사단도 도산 안창호 선생의 뜻에 따라 청소년 교육에 쓰일 교육센터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남가주한국학원 이사회는 이런 좋은 여건이 형성됐을 때,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내달 열릴 이사회에서 "이제 우리는 주말 한국학교 운영에 대해 집중합니다. 윌셔초등학교 문제는 한인사회와 한국정부에 일임합니다"라는 결론이 나길 바란다. 아무리 봐도 '학교 임대' 이야기는, 빨리 내려오기 머쓱한 이사회의 몽니로 보일 뿐이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본업에 충실하는 게 최선'이라고 가르치는 게 학교 정신이다. 학교에서 잘못한 학생은 선생님한테 혼이 난다. 그런데 그 학생이 자꾸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려고 하면, 선생님은 어떤 마음일까. 윌셔초 사태를 보는 한인사회의 마음이다.


김석하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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