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마저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삶
[황상호 기자의 NGO 현장]
가주한미포럼 위안부 합동 추모제
작년 한해 피해자 할머니 8명 떠나
"역사 교육 통해 과거 잊지 말아야"
지난해 숨진 위안부 피해자는 이귀녀(12월), 김순옥(12월), 하점연(10월), 김복득(7월), 최덕례(4월), 안점순(3월), 김아무개(2월), 임아무개(1월) 할머니다. 고 김순옥 할머니 등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정기 수요집회에 꾸준히 참석하는 등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적극적인 운동을 펼쳤다.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이제 25명이다.
이날 102세의 조찬선 목사가 70대 제자의 부축을 받아 처음 글렌데일 소녀상을 찾아왔다. 이화여대 교목 등 한국과 미국에서 목회자로 활동했던 그는 지난해 일본제국주의 역사를 비판하는 책 '일본의 죄악사'를 펴냈다. 조 목사는 "일본은 독일 나치보다 더 많은 학살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는 나라"라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동안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아흔이 넘는 나이에 펜을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추모제는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 방식으로 각각 진행됐다. 김요한 신부는 박노해의 시 '그 겨울의 시'를 낭독하며 "한겨울 장터 거지부터 뒷산 노루까지 걱정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갖고 살자"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울림을 줬다.
이날 행사에는 '행동을 위한 아시안 진보 네트워크(progressive asian network for action)'와 미주민주참여포럼 등 진보단체와 직장인, 고등학생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미 서부 여행을 왔다가 가족과 함께 추모제에 참석한 김나영씨는 "(할머니들께서) 그동안 아프고 고되셨을 텐데 이제 편히 가셨으면 한다. 나머지는 이제 후손의 몫이다"라고 추모했다. 한 여고생은 "전쟁을 겪어보지 못해 그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없다. 이렇게 이 자리에 오니 역사를 꼭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미주민주참여포럼 최광철 대표는 "일본의 제대로 된 역사 반성이 없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아시아인에 대한 인권 탄압이었다"고 말했다.
추모제는 참석자들의 자유발언 등 2시간여 진행됐다. 김 대표는 "역사 교육이 가중 중요한 추모"라며 "학교 교사들이 교실에서 위안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많이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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