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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5G 시대, ET를 생각하다

37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의 'ET'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들 이 외계 생명체의 '생김새'에 대해 궁금해했다. 긴 목에 큰 머리, 짧고 길어진 팔과 두툼한 하반신의 모습은 마치 역동성이 전혀없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명작을 위해 만든 생명체에 대해 명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텔레파시를 통한 통신으로 뇌의 용량이 늘어나면서 머리는 커졌지만, 신체활동은 줄어들어 행동은 느려졌고, 정보 수집을 위해 눈이 더 커졌다."

물론 가상의 외계인이지만 결국 핵심은 머리만 쓰다보니 운동량은 없어지고 결국 몸이 기능을 잃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왠지 이 대목은 외계인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테크놀러지 업계는 수개월 내 현실화될 '5G'를 마치 지구인의 시간을 절약해줄 '개선장군'처럼 여기며 기다리고 있다. IT 강국 한국에서는 5월에 이미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관련 제품과 서비스도 봇물을 이룰 것이라 한다. 경기 개선과 산업 부흥의 단초가 되어줄 것으로 믿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미국도 곧 일반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기의 업그레이드'로 불리는 5G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정보통신의 속도를 혁신적으로 앞당긴 첨단의 단계를 말한다. 기존의 3G, 4G 속도보다 훨씬 빨라지면서 일반적으로 전송할 수 없다고 여겨왔던 수많은 것들이 최종 소비자 즉, 엔드 유저(end-user)의 손가락이나 마우스 끝에 밥상처럼 순식간에 차려진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이메일과 텍스트는 줄어들고, 영상 전송과 인공지능 메시지 전송이 대세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0년 전만해도 불완전하고 신뢰가 약하다는 의미를 내포했던 '스트리밍'이란 단어가 가장 확실한 통신 수단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매번 다이얼 전화를 걸어 '유 갓 메일(You got mail:아메리카 온라인에서 제공하던 이메일 알림 소리)' 목소리를 들으며 신기해했던 20년 전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5G의 탄생은 동시에 이제 더더욱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보내게 될 것을 의미한다. 섭취 음식, 운동량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대인의 비만 정도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비례하다는 통계가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가 빨리 전송되면서 컴퓨터 앞에서 해야할 것들은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굳이 출근할 필요도 줄어들고, 우체국을 가거나 인쇄물을 만드는 빈도도 줄어들 것이다. 만나서 열심히 하던 회의도 그 횟수가 줄어들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 ET처럼 허리둘레가 넓어지고 근육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더욱 노출될 것이다. 혹자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 더 일을 빨리 끝내고 운동 및 야외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는 더 일 중독에 빠질 것이며 더 빠른 서비스와 전송을 위해 또다른 개발에 나서면서 더 많은 일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편해지기 위해 만든 첨단 기술이 우리의 건강에는 적지않은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4G에 비해 20배나 빨라진 네트워크 속도가 우리의 허리 사이즈도 그만큼 빨리 불어나게 할 수 있다는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더 부지런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은 ET를 닮게 될 것이다.


최인성 / 디지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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