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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이의 즐거운 대입] 어느 하버드 합격생 이야기

제이슨 이/RECAS USA 대입컨설팅 팀장

내가 본 J양은 매우 명석하고 속이 꽉 찬 학생이었다.

J양과 만난 건 12월 초 컬럼비아의 조기전형 결과 발표 후 몇 일 뒤였다. 뉴저지주 한 공립고교 전교 1, 2등을 다퉜던 학생이었으며 한인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진취적이며 리더십이 강한 친구다. 그러나 정작 컬럼비아에서 합격 유보(Defer) 결과를 받고 적지 않게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문제는 J양의 원서가 나와 방금 상담을 한 학생의 원서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형편없었다는 점이다. 특별활동사항이나 이력서는 엉망이었고, 아이비리그 대학 원서에서 가장 돋보여야 할 에세이에선 명석하고 어른스러운 생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난 J양의 컬럼비아 원서를 채 10분도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바로 결론지을 수 있었고 학생에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컬럼비아는 포기하자, 이 원서는 나중에 100% 탈락할거야.”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던 J양에겐 적잖은 충격이었겠지만, 내 경험으로 비춰 봤을 때 컬럼비아는 이미 탈락시킬 마음으로 전교 수석을 노리는 J양에게 배려적 차원에서 Defer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했다. Defer의 특성상 추가적인 특별활동이나 수상내역을 이력서에 추가하여 접수시킬 수 있지만, 이미 접수된 에세이까지 모두 교체하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복구가 불가능한 망가진 원서였던 것이다. 당시 J양에게 필요했던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정시 원서지원 때까지 주어진 3주란 짧은 시간 안에 예일, 펜실베이니아, 스탠퍼드 그리고 하버드 원서작업을 새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불합격' 뻔한 원서 아이비리그 '합격' 원서로 탈바꿈
3주 동안의 즐거운 작업…"정직한 조화로움 녹여져야"


미국 대입원서는 객관성과 주관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종합적인 평가다. 이는 학생의 관심영역과 삶에 대한 해석능력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을 원서라는 좁고도 좁은, 또 넓다면 넓은 공간에 조화롭게 표현해야 하는 힘들지만 매우 ‘즐거운’ 작업이다.

J양 컬럼비아원서에 가장문제가 됐던 부분은 바로 이 조화로움과 즐거움의 결핍이었다. 조화롭다는 것은 다양성 속에 존재하는 연결됨이다. 학생이 학생회장이고 다른 활동에서도 기능적인 구성원으로써 활동을 하였다면, 이런 것들을 보이지 않게 연결시켜줄 하나의 주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작업은 에세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될 부분이 있다. 단순한 연결, 즉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는 인위적이며 오히려 원서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억지로 맞춘다는 것은 감정이 메마른 것이다. 감동이 없고 작업이 고통스럽다, 인위적이며 자연스럽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즐겁게 작업하지 않았다면 독자 역시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실패작이 되는 것이다.

나는 J양과 많은 종류의 자유로운 대화를 나눴다. 컨설턴트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 중에 하나는 잘 듣는 것이다. J양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며,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큰 존경심과 가족애, 영어가 쉽지 않았던 어릴 적 기억과 추억 등…. 상담이 끝나갈 무렵 나는 J양과 대화 중에 느꼈던, 내가본 J양에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J양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왜 그리도 열심히 공부했고 삶을 살아왔던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 주도록 노력했다.

일종의 ‘자아발견 카운슬링’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학생본인이 생각했던 평범하고도 무딘 삶 속에, 가치와 이유를 찾아주면서 에세이의 주제와 문단별 내용 그리고 마무리까지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었다. 아직도 당시 J양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에 대해 깨달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동과 즐거움, 순수한 희열이었다.

컬럼비아에서의 Defer 결정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맹목적인 합격을 위한 원서작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며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원서작업은 진정 즐거워진다. 원서작업의 과정은 고통이 아닌, 고뇌를 동반한 자아발견의 기쁨이다. 이것을 실현했을 때만이 원서작업이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J양의 성적은 분명 훌륭했지만 완벽한 아이비리그급은 아니었다. SATI 점수는 2300이상으로 훌륭하였으나, 문과계열 AP성적이 4점으로 2개뿐이였으며, SATII는 4과목 시험을 보았지만 화학과 생물학이 700점조차 되지 않은 점수로 다소 약세였다. 더불어 수상내역은 학교와 카운티 정도의 것이었으니, 일명 스타급 학생으로 보기엔 힘든 부분이 있었다. 다시 말해 정형화된 성적부분에서 만큼은 하버드, 예일 등 최상의 아이비리그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명 ‘스펙’으로 일관하며 점수 올리기와 수상, 리서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부 특목고 학생들은 과연 아이비리그급인가? 그들과 J양은 분명히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의 원서는 대부분 ‘스펙’과 ‘보이기 위함’에 치중된 것들로, 조화로움과 즐거움이 결핍되어있다면 역시 합격의 기회는 현저히 줄어든다.

원서는 극대화 시키는 것이 아니다. 원서는 최적화함에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 명문대 합격의 비밀이며, 매력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 끝에 명문대학들에 원서를 제출했다. 시간이 흘러 4월에 발표가 시작되면서 J양은 굉장히 무서웠을 것이다. 컬럼비아에서의 최종탈락은 어차피 기대가 없었던 터였다. 그러나 스탠퍼드와 예일 등 메인 에세이 이외에도 구비해야 할 에세이가 더 많았던 학교발표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뒤 스스로 많이 실망한 듯 보였다. 발표순간마다 내게 텍스트메시지로 떨어졌다고 이야기할 때, 나도 꽤 마음이 아팠다. “다른 학교도 기다려보자, 너무 걱정하지마! 하버드도 있잖아”라고 대답해주었지만, 내가 발견한 J양의 깊이와 가치가 원서를 통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염려하기도 했다.

몇 일 후 대성통곡하는 J양의 전화를 받았다. 나도 같이 울었다. 하버드와 펜실베이니아로부터 4년 장학금으로 합격을 통보 받은 것이다. J양이 다니는 고교에선 7~8년만에 하버드 합격이었다. 나를 믿어주고 따라주고 원서를 처음부터 다시 쓰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아발견의 기쁨과 희열, 그것을 원서에 옮기는 즐거움을 경험했던 J양에겐 합격이란 결과물보다 분명 더 가치 있는 과정의 시간이었으리라 믿는다.

난 자신한다. 미국대입원서는 결코 고통의 작업이 아니다. 분명 ‘즐거운 고뇌’인 것이다.

◆제이슨 이
-Syracuse University 졸업
-The Princeton Review, Korea 유학컨설팅 총괄책임 실장 역임
-부산 과학영재고 Designated Private Counselor 역임
-현 RECAS USA 대입컨설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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