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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재앙을 맞이하는 자세

‘어마’라는 허리케인이 이름만큼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고 갔다. 자연재해를 마주할 때마다 인간의 나약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은 감히 자연을 상대할 존재가 아니다. 자연에 순응하고 따르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우리 교우들도 일찍이 플로리다로 내려가 가족과 친지들을 데리고 메릴랜드로 피난 온 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도움이 없어서 피난을 못 하고 집과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은 이들의 아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재앙을 맞이하고 산다.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것밖에는 없다. 이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겸손해야 한다. 지금 잘산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다. 지금 안정되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어느 분은 미국 이민을 살면서 안정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일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분도 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안정된 일과 신분을 갖지 못하여 불안한 삶을 사는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부분 힘든 과정을 겪으며 미국에 정착하였다.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어려운 이웃들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성서를 보면 재앙을 하늘의 심판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을 대표하여 속죄제를 올리고 먼저 자신의 허물을 찾고, 진심으로 회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도자가 권위의 옷을 벗고 땅에 무릎을 꿇고 금식하면, 국민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보고 하늘이 불쌍히 여겨 도움을 준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재앙 가운데 있다면, 어찌 지도자들의 회개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재앙을 겪는 국민을 보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기껏해야 작은 벌레같이 움직이는 자동차만 눈에 보인다. 이것이 땅에 존재하는 사람의 실상이다. 그래서 성서에도 사람이 미물 같다고 고백하지 않는가? 이런 작은 사람들이 재앙을 겪을 때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 라는 물음에 대해 사람보다 못한 동물을 보고 배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자연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미물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본능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극복하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재앙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하고 고생하던 분이 도움을 청해서 병원에 갔다. 이미 말기 암으로 인하여 그는 마지막 재앙을 살고 있었다. 그런 분 앞에서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을까? 다만 누구든지 이런 일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재앙이든 국가의 재앙이든 모두가 슬픈 일이고, 사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 재앙을 맞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혜와 겸손한 마음으로 존재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이웃이 힘들고 어려움에 있을 때, 기도하겠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삶을 나누고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문의: 410-818-8213


이완홍 신부 / 메릴랜드 성공회 성요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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