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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내 몸의 빨간 신호등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병에는 장사 없다' 우리 어머니 늘 하시던 말씀. 나는 건강에 교만한 편이다. 내 정신력을 과신한다고 말하는게 옳다.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일하고 잘 먹고 재미있게 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진다는게 내 건강 지침서다. 무식이 유식을 이긴다. 모르면 약이고 알면 병이다. 나이 들고 제일 많이 듣는 화제가 건강과 손주에 관한 이야기다. 먹으면 몸에 좋다는 음식과 새 건강비법이 너무 많아 그걸 따라 하려면 소화불량에 걸릴 지경이다. 먹지 말라는 음식은 왜 그리 많은지 즐겁게 먹지 못하고 고민하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라서 제 명에 못 살 판국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배설) 잘 논다'가 내 건강 비법 4대 원칙이다.

내가 제일 가기 싫어하는 곳이 병원과 장례식장이다. 꺾어진 반 평생을 성인병 증상 없이 복용하는 약은 커녕 비타민 한 알 안 먹고도 자고나면 힘이 펄펄 난다고 자랑하며 살아왔다. 나이 들면 별것이 사람을 다 웃긴다. 밤새 안녕히 잘 자고 새벽 커피 내리는데 갑자기 눈동자를 돌릴 때마다 검은 줄들이 왔다 갔다 하는게 아닌가. 새벽이라 안과에 전화도 안 되고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판단이 안돼, 일단 안약 넣고 새가슴으로 퍼득이는 마음을 일단 진정시킨다. '간 크기'로 재면 나를 당할 용사가 없었는데 간이 콩알 보다 작아져 콩닥거린다.

아침에 곧바로 안과로 직행했는데 눈에 거미줄, 투명한 실, 검은 점, 검은 실 등이 떠다니는 비문증 일명 날파리 증세로 3~4주만 지나면 자동으로 보이지 않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망막에 있는 물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두뇌의 인식 작용이 둔해져 보이지 않게 되고 볼려고 신경 곤두세울 때만 보인다고 했다.

이럴 땐 바보 두뇌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노안으로 발생하는 증상이니 과로 하지 말고 눈에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잠을 충분히 자라고 경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3개월 동안 미친듯이 일에 파묻혀 몸과 눈을 혹사했다. 정말이지 '엎어지면 자빠진다'는 말이 옳다. 안과에 가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평소 정상이던 협압이 갑자기 195까지 올라 응급실로 직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덕분에 한 시간 만에 MRI등 별의별 검사를 모두 했는데 베이비 이스피린 세 알 먹고 혈압이 떨어져 퇴원했다. 스트레스와 과로 및 수면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 3주 동안 혈압 측정한 기록을 바탕으로 담당의사와 논의 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화랑과 집 리모델링, 대형전시회 및 아들 결혼준비로 몸을 혹사해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 멈추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 한다고 내 몸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간은 커도 나는 겁쟁이다. 놀라 자빠진 김에 요즘은 자주 누워서 쉰다. 잠도 졸리면 잔다. 서서 흡입식로 삼키던 식사도 식탁에 앉아서 폼나게 먹는다.

'시간 없어 못 하면 안 하면 된다'는걸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는 DASH 식단 음식들 챙겨 먹으니 체중이 10파운드 감량 되고 협압이 정상으로 회복 됐다.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정신력, 지구력, 열정, 성공, 근면 등의 단어도 몸이 무너지면 설 곳이 없어진다. 지난 석달 동안 수다 한 번 안 떨고 새벽 부터 일만 하고 달려왔다. 수다는 외부의 침입을 막고 내부의 결속을 다짐하는 공동개발 종합 건강비타민! 이번 토요일 아들 결혼 피로연을 끝으로 내 인생도 지구의 중력에서 탈출해 화성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간만에 붙으면 안 떨어지는 따까리들 하고 수다 떨고 놀 생각하며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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