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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문자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거주

인류에게는 문자라는 위대한 발명품이 있다. 문자의 첫번째 기능은 기록에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란 것은 그야말로 시시각각 변화하며 흘러가고 있어서 그 흐름속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런데 문자라는 것이 있어 내게 생겼던 일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록하는 일이 가능해졌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사라져 버렸을 순간.사건.인물들을 붙들어 두는 일이 가능해졌다.

내가,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세대가 가졌던 지식과 경험들이 과거의 뒤안 길로 허무하게 흩어지고 사라져 버리기 전에 다음에 오는 세대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것은 인류의 뿌리 깊은 욕구이자 본능이다. 그런 일들이 문자로 인해 그 실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류의 문명의 발달도 이 지식과 경험의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전달에 힘 입은 것이니 인류 문명의 성공엔 문자의 역활이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인류는 또 이 문자의 힘을 빌려 더욱 명석하고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있는 힘을 길러 왔다. 머리로만 생각할 때 보다 그 생각을 종이위에 적어 보았을 때 어럽게 얽혀 있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경험을 한 적이 많다. 문자라는 것이 생각을 분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 대신 글로 적어 표현해보려고 할 때 더욱 차분하게 이치에 닿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곤 한다.



그런데 이처럼 인류 문명을 가능케 해주었던 문자라는 것을 현대인들은 오히려 멀리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는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편지를 쓰기 보다 전화를 하고, 메모를 하거나 일기를 쓰는 대신 휴대전화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굳이 책을 통하지 않아도 전자 기기와 와이파이 등을 통해 전에는 상상 할 수도 없었던 만큼 많은 정보를 빠른 속도로 획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얻는 지식이 책을 읽을 때 얻어지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독서를 통해서 그 책의 저자와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지만,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을 통해 얻는 지식은 일방적이고 피상적인 것이 되기 쉽다.

전화를 통한 의사 전달이나 감정표현 역시 편지나 종이 위에 글로 적는 것과 같을 수 없다. 일기나 메모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문자에서 멀어지다보면 주체적으로 깊이있고 명석하게 생각하는 사고의 힘을 잃게 되는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지식.오락.정보 속에서 오히려 머리와 가슴 속은 비어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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