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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게임이론으로 보는 북핵 문제

이정헌 / 뉴욕사무소 차장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실험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글로벌 금융경제의 커다란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와 더불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한편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인 대응도 고려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버티고 있다. 간혹 미국과 북한이 협상의 여지를 나타내며 긴장이 다소 완화되다가도 이내 상호간 강한 불신이 표출되는 가운데 다시금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반복되며 북한 관련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북한이 당장 경제제재에 직면하는 데다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전쟁 시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고수하고 있는 사실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이해하는 데는 게임이론(game theory)의 틀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게임이론은 내가 취한 행동의 결과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적 상황에 처한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연구하는 이론으로, 게임은 경기자(player).전략(strategy).보수(payoff)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여기서 보수는 경기자들이 선택한 전략에 따라 이들에게 돌아가는 게임의 결과를 의미하며 비교하기 쉽게 수치로 나타낸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 상황은 먼저 북한이 핵무기 개발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군사적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순차게임(sequential game)의 성격을 지닌다.

〈그림 1>에서 북한의 보수(payoff)체계를 보면 미국의 군사적 응징 없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B, 5)받는 것이 가장 높고 핵무기 개발 중단(C, 0)이 그 다음이며 핵과 관련해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A, -10)하는 것은 가장 피하고 싶은 결과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하는 것은 정권 및 체제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으로 그 과정에서 초래될 제재조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감수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보수체계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C, 10)하는 것이 가장 높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B, -5)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다음이며 핵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적 개입(A, -8)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야기할 수 있어 가급적 피하고 싶은 선택이다. 전쟁 시 주한미군의 희생 외에도 중국.러시아 등과의 마찰, 주요 교역상대국인 한국의 피해에 따른 부정적 파급 등을 경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림 1>과 같은 보수체계가 유지되는 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이 일단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이 실제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 어려우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 최적의 전략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언급해도 북한이 이를 엄포(bluffing)로 받아들이며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미국의 대응책들은 북한이 인식하는 보수체계를 〈그림 2>와 같은 형태로 바꾸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선 미국이 군사적 능력과 의지를 계속 과시하는 것은, 무력 충돌 시 미국의 피해는 제한적이며 따라서 군사 행동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음(D, -5)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대북제재의 강도와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제재로 인한 부담이 핵 보유로 인한 효용을 뛰어넘을 수 있음(E, -4)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셋째, 북한과의 협상 노력을 병행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 등 당근을 제시해 핵 포기(F, 3)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수 차례 활용되어 왔으나 미봉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있으며 두 번째 방법인 실효성 있는 강도 높은 제재가 현실적인 타개방안일 수 있으나 북한의 경제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인식하는 보수체계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해당사국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지가 북한 핵 문제의 해결방향을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사라예보 황태자 암살이라는 비이성적 사건에서 1차 세계대전이 촉발된 사례도 있는 만큼 예측 가능성이 낮은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이 원치 않는 군사적 충돌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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