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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 웃자 임신율 '쑥' 펑펑 울자 심장병 '뚝'

극과 극은 통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에도 이 개념이 적용된다. 기쁨과 슬픔, 양극단의 감정을 표현하는 웃음과 눈물.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한통속이다. 두 가지 반응 모두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웃음요법.눈물요법이 생겨난 배경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좋은지 헷갈린다. 한쪽에서는 무조건 웃으라 하고, 한 편에서는 울어야 건강해진다고 한다. 다른 듯 같은 웃음과 눈물의 힐링 효과, 이 둘의 상관관계를 짚어봤다.

류장훈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웃음.눈물치료는 암 환자의 정서적 안정과 원기 회복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순영(45.여)씨는 웃음치료를 통해 활력을 되찾았다. 2007년 유방암을 치료한 지 2년 만에 폐로 전이됐다. 다시 항암치료가 시작됐고, 박씨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내성이 생겨 약도 바꿔야 했다. 암의 크기는 줄었지만 항암제의 독성에 몸이 망가졌다. 체력은 바닥났고 우울한 날이 이어졌다. 남편 권유로 처음 경험한 웃음치료. 조금씩 따라 하면서 어느새 몸이 가벼워지고 활기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고씨는 웃음치료를 병행하면서 암을 극복했다.



김영희(75)씨는 눈물치료가 도움이 된 사례다. 그는 2004년 담도암을 진단 받았다. 절망감과 충격이 컸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기력은 떨어지고 우울감에 시달렸다. 김씨는 그때 눈물치료를 접했다. 평소 눈물이 없던 터라 모든 것이 어색했다. 사실 울 의욕도 없었다. 하지만 차차 적응해 갔고 치료를 통해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눈물이 활력을 찾는 원동력이 됐다.

감정의 소통, 건강의 시작

어떤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웃음과 눈물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행위라는 것에 주목한다. 대암클리닉 이병욱 원장은 "마음속 안 좋은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자제하면 결국 마음에 응어리를 만들고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웃음과 눈물은 이 같은 치명적 독소를 씻어내는 물꼬를 튼다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달스트롬(Dahlst rom) 박사는 의대생 255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을 분노 수치가 높은 그룹과 분노 수치가 낮은 그룹으로 나눈 뒤 25년이 흘러 50대가 됐을 때 사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분노 수치가 높은 그룹은 분노 수치가 낮은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7배나 높았다. 심장질환자도 5배나 많았다. 118명의 법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분노 수치가 높은 그룹은 이미 20%가 사망한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의 사망률은 4%에 불과했다. 달스트롬 박사는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 해결되지 못한 채 마음에 남아 있으면 결국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마음이 통(通)하면 통(痛.고통)이 없고, 마음이 불통(不通)하면 통(痛)이 있다"고 말한다.

망가진 면역체계를 재건

웃음과 눈물은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평상시에도 우리 몸속에 하루 5000~1만 개의 암세포가 발생하지만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 이 면역체계 덕분이다.

바이러스나 암세포가 생기면 NK세포로 알려진 선천성 면역세포가 초기에 진압한다. NK세포로 다 해결되지 않으면 D세포(수지상세포)가 남은 세포들을 발견해 림프조직에 정보를 전달하고, 후천성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T세포가 이들을 공격해 없앤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런 과정의 연속이다. 이들 면역세포는 혈액의 백혈구를 구성하는 림프구 안에 있는데, 신경전달물질이 면역세포의 균형을 맞춘다.

문제는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NK세포와 T세포의 수를 줄이고 림프구를 적어지게 해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웃음과 눈물은 신경전달물질인 엔돌핀.엔케팔린.세로토닌.다이돌핀의 분비를 촉진해 면역체계를 다시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전문가들은 "각종 문헌에서도 웃음치료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우울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실제로 웃음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웃음과 눈물이 작용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웃음은 노화 촉진과 혈압을 높이는 코르티졸, 카테콜아민.프로락틴 등 소위 스트레스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반면 눈물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직접 눈물샘을 통해 방출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단순한 자극에 의한 눈물과 감정적으로 흘리는 눈물 성분에는 차이가 있다. 감정적인 눈물에는 단백질이 24% 증가하고, 프로락틴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포함돼 있다.

통증 줄이고 심장병 위험 줄여

웃음이 임신 성공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스라엘 아사프 하로페 병원 연구팀은 시험관 시술을 받은 불임 여성 186명을 대상으로 임신 성공률을 조사했다. 대상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 직후부터 한 그룹에는 웃음치료를 제공하고 다른 그룹에는 웃음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웃음치료를 받지 않은 불임 여성의 임신 성공률은 19.3%에 불과했고, 웃음치료를 받은 여성은 35.5%에 달했다.

실컷 울고 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심장병 발병 위험도 준다. 미국 미네소타주 램지 재단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 빌 프레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평소 마음껏 울면 뇌와 근육에 산소 공급이 증가하고, 혈압이 일시적으로 낮아져 심장병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일본에서 류머티즘학과를 만든 요시노 신이치 교수가 류머티즘 환자 20명에게 눈물치료를 한 결과, 류머티즘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인터루킨6(interleukin 6)의 수치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웃음이 파도라면 눈물은 쓰나미

웃음과 눈물이 가져오는 효과는 비슷하다. 각각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도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웃음이 파도라면 눈물은 해일에 비유된다. 이병욱 원장은 "웃음과 눈물 모두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효과가 있지만 눈물이 한번에 쏟아내는 측면이 있어 파장이 크고 강하다"고 말했다. 웃음이 가랑비라면 눈물은 소낙비라는 얘기다. 그러면 어떻게 웃고 울어야 할까. 웃음은 되도록 자주 웃되 눈물은 가끔 흘리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의 자잘한 짜증과 순간적 분노, 스트레스는 자주 웃어 풀어주는 것이 낫다. 감정에 휩싸여 넘길 수 있는 사소한 문제를 오히려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넘겨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

대신 웃음으로도 풀리지 않거나 분명한 계기나 사건, 깊은 상처와 충격은 일단 눈물로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감정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참지 말고 울어야 한다. 무너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때는 훌훌 털어버리는 심정으로 눈물을 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크게 울어 마음의 짐을 덜어내야 비로소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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