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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 무엇을 숨기리까”

[토론토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8/09/23 11:56

임태호 양자회장 암 투병 중...주변 안타까움

이달 중순, 에토비코에 있는 자신의 자택을 방문한 신계륜 전 국회의원과 자리를 함께 한 임태호(왼쪽) 회장. 전보다 몸이 많이 여위었다.

이달 중순, 에토비코에 있는 자신의 자택을 방문한 신계륜 전 국회의원과 자리를 함께 한 임태호(왼쪽) 회장. 전보다 몸이 많이 여위었다.

고결한 성품으로 토론토한인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임태호(사진) 캐나다한인양자회장이 말기 암으로 투병중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평소 건강한 편이던 임 회장은 수개월 전 간암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잔인한 선고까지 내렸다.

임 회장은 이에 따라 병원수술을 포기한 채, 온타리오 호숫가에 위치한 에토비코의 자택(콘도)에서 식이요법과 기도생활을 하면서 회생노력을 쏟고 있다. 임 회장은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그의 곁은 부인이 지켜주고 있다.

임 회장의 슬픈 사연은 주변의 가슴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임 회장은 4년여 전 부인을 암으로 잃은 후 혼자 지내오다 지난해 현 부인을 만나 재혼했다. 현 부인 역시 전 남편을 암으로 잃었다. 현 부인은 암 환자 남편의 수발을 든 아픈 경험이 있어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현 남편인 임 회장의 재기를 돕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자신의 병환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것과는 달리 임 회장은 이를 담담히 공개하고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치유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더욱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임 회장은 23일(화) 오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몸이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하지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다만, 주변에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신의 가호로 회복될 수만 있다면 (기자와)식사라도 함께 할 수 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임 회장은 이어 “토론토총영사가 새로 부임했다고 해서 오늘 총영사관에 가서 양자회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려고 몸을 추스르고 있다. 이것이 마지막 강의라 생각하고 있다”며 쓸쓸히 웃었다.

임 회장은 지난달 열린 양자회 하계 문화캠프 행사에서도 입양가족들에게 자신이 간암말기 진단을 받았음을 공개했다. 그는 “평소 건강하게 생활한 까닭에 갑작스런 암 통보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염려 덕분에 힘을 얻는다. 가족과 같은 여러분이 있어 마음 든든하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빈손으로 캐나다에 와 바퀴벌레가 들끓는 아파트에서 온 가족이 어렵게 살던 시절 등 자신의 지난 세월을 담담하게 들려주었으며 이에 입양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며 완쾌의 기적이 있기를 기도했다.

임 회장은 투병의 와중에도 오는 27일(토) 열리는 한국노인회 워커톤 행사를 위해 성금을 기탁하는 등,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시로 임 회장 댁을 찾고 있는 유영식 토론토대 교수는 “캐나다한인사회에서 임 회장은 매우 소중한 사람이다. 어서 빨리 원기를 회복해주길 간절히 빌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 댁에는 유 교수를 비롯해 소창길, 장활천 목사 등 양자회 관계자들이 자주 들러 위로해주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92년 캐나다 한인입양봉사단체인 양자회를 설립, 한인입양가족들의 유대관계와 한국문화 알리기에 노력해왔으며 2006년엔 해외입양 봉사단체로는 처음으로 장학재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는 특히 노인회 워커톤 대회장 등 숱한 봉사활동으로 한인사회의 귀감이 돼왔다.

주변의 한 지인은 “임 회장은 한인사회에서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봉사해온 몇 안 되는 고매한 인격자 중 한 분”이라며 “하루 속히 회생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중순 한국에서 토론토를 방문, 양자회 관계인사들과 함께 임 회장을 만났던 신계륜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www.sgr21.or.kr)에 쓴 ‘어떤 아픔’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임 회장의 애잔한 투병사연을 가슴 뭉클하게 전했다.

2년 전에도 임 회장 댁을 방문했던 신 전의원은 이 글에서 “전보다 몸이 작아 보이는 임태호 회장. 콘도에서 바라보는 온타리오호수와 요트의 풍경이 아름답지만 밤이 되면 요트들이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쓸쓸하기 그지없다는 임 회장, 아무도 몰래 작성 중이던 자신의 장례준비 관계서류를 부인에게 들켰을 때의 민망함을 쑥스럽게 말하는 임 회장. 그가 남긴 사심 없는 봉사사업들이 끝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비 내리는 길을 걸으면서 간절히 기원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용우 기자 joseph@joongang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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