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한인일가족 피살사건 진상조사

“경찰신고 묵살로 대형 참사”

(밴쿠버)지난해 9월4일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빅토리아 섬의 오크베이 고급주택가에서 발생한 이현준(피터‧ 당시 38세)씨 일가족 살인-자살사건 검시관조사(Coroner's Inquest)를 계기로 캐나다언론들이 일제히 사건재조명에 나섰다.

밴쿠버 일간 <밴쿠버 선> 은 당시 남편 이씨에게 살해당한 박영선(써니‧당시 32세)씨가 경찰에 남편의 살해위협에 대해 여러 차례 신고했음에도 검찰이 이씨의 보석을 허가, 결과적으로 예고된 살인을 방치한 셈이라고 29일 보도한데 이어 30일에는 남편 이씨에 대한 보석 결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실었다.

이씨는 이혼수속 중이던 아내와 6살짜리 아들, 서울에서 온 장인‧장모 등 일가족 4명을 칼로 살해한 후 자신도 자살하는 엽기적 사건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이씨가 고의로 차를 전봇대에 충돌시켜 아내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으나, 검찰의 보석결정으로 풀려난 지 3주 만에 발생했다.
이씨는 정식재판을 위해 법정에 출두하기로 한 바로 그날 법원이 내린 아내에 대한 접근금지 결정을 무시한 채 연쇄살인을 저질렀다.

전국지 <글로브앤메일> 은 조사 첫날인 28일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박씨가 팔이 부러진 상태에서 경찰에 남편의 살해위협에 대해 증언하는 비디오가 방영됐다고 전하고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의 남편에 대한 보석허가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음을 집중 부각시켰다.

캔웨스트 통신도 박씨가 연방경찰(RCMP)과 밴쿠버섬 경찰, 거주지인 오크베이 경찰 등 3개 경찰당국을 오가며 살해위협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비극을 맞았다고 전했다.
CTV 방송은 당시 이씨 부부 명의로 돼있던 100만 달러 상당의 주택을 놓고 재산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BC주정부 관계자는 이번 검시관 조사가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건진상을 규명함으로써 유사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