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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야기] 피의 다이아몬드

해리 김 대표 / K&K 파인 주얼리

더는 한국사람들을 믿고 콜롬비아에서 비즈니스를 이어 갈 수 없어, 나는 한국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현지인들만으로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나서서 하자니 언어 문제도 있고 해서 나는 현지인에게 일을 맡기기로 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수년동안 에메랄드 중개회사를 하면서 회사의 회계 일을 해주던 마르타였지만, 마르타는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려 그녀를 앞세워 일을 추진하기엔 무리였다.

결국 콜롬비아 지인의 소개로 전직 은행 지점장이었던 미리암을 현지 사장으로 뽑아 그녀에게 기대를 걸어야만 했다. 그녀는 수도 보고타 뿐 아니라 지방 구석 구석까지 발품을 팔아서라도 우리 물건을 팔겠노라 당찬 포부를 밝혔다.

미리암에게 운동화 비즈니스를 맡기고 몇개월이 지날 즈음 나는 미리암이 나 몰래 창고지기와 짜고 물건을 빼돌려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리암을 영입한 후부터 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던 마르타가 어느날 나에게 울면서 그동안 있었던 미리암의 비리를 쏟아 냈다. 미리암은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타를 미워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나에게 마르타를 해고하자고 건의한 상태였다. 미리암은 마르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허물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마르타를 없애려 했던 거였다. 믿고 맡겼던 사람으로부터 또 다시 배신을 당하면서 나는 운동화 비즈니스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무렵 한국은 IMF를 맞고 2년이 지난 즈음이라 얼어붙었던 에메랄드 시장도 조금씩 해빙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 중개회사는 IMF로 문을 닫고 철수한 상황이라 적은 양이라도 에메랄드가 필요하면 나를 찾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불황으로 인한 현지 수요 감소로 산지값은 하락했고 그로 인해 에메랄드를 수출하기엔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시기가 찾아 왔다.



미리암을 해고하고 나는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몇달만에 집에 오니 늘 아빠를 보면 달려와 재롱을 피우던 막내딸도 슬금 슬금 피하며 낯설어 했다. 이렇게 살다간 딸들이 아빠 얼굴도 잊어버리겠다는 생각에 운동화 사업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쌓였던 피로와 긴장이 눈녹듯이 녹아 내려 초저녁부터 꿈속을 헤매는데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이미 훤한 대낮이었다. 콜롬비아에서 걸려온 마르타의 전화였다. "세뇰 하리(SR. HARRY)" 수화기 너머로 마르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다음에 계속

블러드(Blood) 다이아몬드는 전쟁 중인 지역(주로 아프리카)에서 생산돼 국제 협정을 어겨가며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다이아몬드를 지칭한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거래로 의심되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앙골라,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콩고 민주공화국, 짐바브웨 등이다. 유엔은 1998년 처음으로 전쟁자금으로 유용되는 다이아몬드에 대해 문제 제기를 시작했지만, 블러드 다이아몬드 생산과 통제를 위해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다이아몬드 생산업자들의 노력으로 시작되었다. 2005년 사우스 아프리카 킴벌리에선 다이아몬드 생산국들이 참가한 회의가 열렸는데, 이때 다이아몬드를 구입한 소비자가 본인들이 구매한 다이아몬드가 폭력과 연관되지 않았음을 증명받아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그후 회의에서 다이아몬드 수입과 수출에 있어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가 발의 되었다.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을 높였고, 다이아몬드 유통에 있어 벌어지는 아프리카의 비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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