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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대인 '역사 바로 세우기'의 교훈

독일의 총선이 지난달 24일 진행됐다.

선거 전 직접 독일로 가서 그곳 분위기를 4회에 걸쳐 르포로 보도했다.

당시 독일 내 최대 이슈는 난민 문제였다. 난민 수용을 두고 포용적 정책과 그에 따른 반대 여론이 맞섰다.

난민들은 생사를 건 여정에서 독일을 종착지로 삼는다. 포용 정책에 따른 환대 때문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난민 수용 국가다. 이는 독일이 현재 유럽 내에서 차지하는 힘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지금은 난민 수용으로 인해 자본의 출혈이 야기되면서 부담이 커지자 '페기다(pegida·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 유럽인)' 같은 반 이민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독일이 난민을 품는 사회적 인식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는 주목해 봐야 한다.

독일의 포용력은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건 2차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이라는 과거에 대한 참회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임 의식이 오늘날 포용의 힘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의 성찰은 종종 일본과 비교된다. 과거 죄상을 두고 두 나라가 보이는 행보를 통해 사죄의 진정성을 따져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사회도 깊이 들여다보면 역사적 참회가 주로 유대인에게 국한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 예로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희생의 의미가 대개 유대인으로만 직결되지 않나.

반성의 한계는 '신티'에 대한 독일의 태도를 보면 더 선명히 드러난다. 신티는 독일어 명칭으로 '집시(gypsy)'를 뜻한다.

집시족은 유랑민족으로 유럽 내 최대 소수민족이다. 유럽에선 불순한 혈통으로 여겨져 차별과 배척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나치 점령기 때 유대인 못지 않게 학살됐던 민족이 집시다.

실제 국제집시연맹(IRU)은 지난 2000년 국가 창설을 선포하면서 홀로코스트 희생자 50만 명에 대한 배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었다.

그러나 집시는 영토가 없기 때문에 개념적 국가로만 받아들여져 실제 국제적 목소리를 내는 데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물론 최근 들어 독일 정부도 집시에 대한 복지 정책 등을 어느 정도 강화하는 추세지만 유대인에 대한 배상이나 참회적 행보와 비교하면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독일의 반성이 유대인에게 편중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곧 '목소리' 때문이다. 유대인은 끊임없이 세계를 향해 나치의 역사적 잘못을 공론화시킨다.

정치, 사회, 외교 채널을 동원해 과거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한다. 영화, 서적, 교육 등을 통해 그 흔적이 세대를 거쳐도 지워지거나 소멸하지 않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독일이 도저히 발뺌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 미국 곳곳에 세워지는 '소녀상'을 두고 일본 커뮤니티는 다방면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나 한인사회의 대응은 어떤가.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 없이 미래를 지향할 순 없다. 오늘을 사는 현재도 미래엔 역사로 남는다. 과거·현재·미래는 분리된 개념이 아닌 하나로 봐야 한다.

한인들이 역사 의식을 갖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장열 사회부 차장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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