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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인 인종차별의 이중성

최근 애틀란타 공항에서 벌어진 버거킹 '인종차별'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햄버거 영수증에 적인 'CHING'이란 단어는 중국인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비꼰 대표적 아시안 비하 비속어로, 피해 당사자는 곧바로 매니저에 항의를 했고 한인 네티즌들 역시 분노를 참지 못하며 폭풍적인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처럼 인종차별에 민감하고 예민한 한국인이 타인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대부분 한국인들은 '단일 민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타인종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습관이 깊게 베여 있다. 이상한 것은, 백인에게 만큼은 유독 관대하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이와 같은 인종차별 문제는 오랜 기간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지적돼 왔다. 김재영의 단편소설 '코끼리'에서는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한국을 찾은 이주 노동자들의 눈물 젖은 삶을 묘사하고 있다. 얼굴색과 출신국가의 다름으로 인해 얼마나 착취를 당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인종차별에는 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등급이 나눠지고 있음이 언급됐는데 개발도상국가 출신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라는 인식에서 기본적으로 하급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대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힘들고 무시당했던 그 시절의 우리의 한을 되갚음이라도 하려는 듯한 태도를 지니지 않나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주노동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주현숙 감독은 '그건 혐오예요'라는 책에서 한국인이 서구 백인 중심의 촌스럽고 천박한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같은 아시안인데도 동남아에서 온 사람과 일본인을 구별하고, 피부색이 희면 뭔가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닭공장 등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하나같이 말하길, 영주권을 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당분간 고생하는 것이지 원래 이런 3D 업무를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넘어온 이주노동자들 역시 같은 이유가 아닐까.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던 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넘어와 닭공장에서 뼈를 골라가며 힘든 업무를 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미국 내 거주하는 한인들의 인종차별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조금 불쾌하면 '중국인 XX', '멕시칸 XX' 라고 큰 소리로 욕하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한인들을 꽤 많이 보았다. 하지만 백인들을 대놓고 욕하는 경우는 내 기억에 거의 없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 우리가 힙겹게 살았던 때가 있었다는 걸 난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경제적으로 조금 부유해졌다 해서 그렇지 못한 국가출신의 이민자들을 무시하면 안될 것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다같은 지구인으로 생각할 수 있을 때 진정 성숙한 국가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홍희정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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