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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양육칼럼] 개의 해를 맞으며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우리집에는 개가 없었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칭얼거릴 때면, 우리 강아지는 애완동물 가게에 있다고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애완견들을 구경시켜주었다. 개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강아지를 키우면, 먹이도 사다가 때에 맞춰 먹여야 하고, 물도 줘야 하고, 목욕도 시켜야 하고, 오줌똥도 치워야 하고, 예방주사도 맞춰야 하고, 다치거나 아프면 가축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죽으면 정을 떼야 하고,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에너지와 돈의 낭비처럼 여겨져 개 키우는 것을 계속 반대했다.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식구들과 함께 애완동물 가게로 나들이를 갔다. 마침 애완견 입양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요청을 또다시 거절할 수가 없어서 입양신청을 하기로 했다.

입양절차가 의외로 쉽지 않았다. 애완견 입양에도 면접과 서류작성의 절차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점원인듯한 여자가 식구들을 한 사람씩 면접했다.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지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왔다. 주어진 질문들 중 하나는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크게 달갑지는 않지만 다른 식구들이 다 원하니까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사실대로 대답했다. 결과는 우리 가정에는 애완견을 입양시킬 수 없다는 결정이었다. 이유는 애완견을 들이는데 대해 가족원 모두가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아빠가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게문을 나서면서 실망한 아이들이 우는 모습과 집사람의 원망의 눈초리를 볼 때 너무너무 미안했다. 다음번에 꼭 구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식구들을 달랬다.



교회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애완견 입양행사에 참여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을 측은하게 여긴 한 교우가 시추 한 마리를 가져다 주었다. 우리는 가족회의를 통해 그 강아지를 미키라고 부르기로 했다. 식구들이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는 것이 도무지 못마땅했지만, 애완견 입양실패의 원인제공자로서 식구들에게 미안한 일을 저질렀던 전적 때문에 참고 지내기 시작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개의 해이다. 개는 한국에서 민속학적으로 악귀를 쫓고 거주공간을 지키는 존재였으며, 오늘날에도 충직하고 용맹하며 친숙한 동물로 여겨진다.

특히 전라북도 오수에서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의 일화가 유명하다. 고려시대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기르는 개를 매우 귀여워했다. 하루는 주인이 시장에 가는데 개도 따라 나섰다. 주인은 장에서 친구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만취가 된 주인은 들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일어나서 주인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었다. 개는 시냇물에 몸을 적셔 주인의 주변에서 뒹굴었다. 여러차례 그렇게 해서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는 기진맥진해서 주인 옆에 쓰러져 죽었다.

잠에서 깨어난 주인은 자기를 구하고 죽은 개를 보고 슬픔과 감동을 노래했다. 개를 묻어주고 무덤의 표시로 지팡이를 꽂아두었다. 그 지팡이는 봄이 되자 싹이 났고 세월이 흘러 큰 나무가 됐다. 사람들은 그곳을 개 오(獒), 나무 수(樹)를 써서 오수라고 불렀다.

서구에서는 개를 사람의 절친(man’s best friend)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개에 관련된 명언도 다양하다. “워싱턴에서 친구를 찾을 바에야 차라리 개를 키워라”(Harry S. Truman, 미국 33대 대통령). “정말 중요한 것은 싸움에 임하는 개의 크기가 아니라 개 안에 있는 싸움의 크기이다”(Dwight D. Eisenhower, 미국 34대 대통령). “사람들을 알면 알수록 개를 더 사랑하게 된다”(Charles de Gaulle, 전 프랑스 대통령).

“개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이다”(Josh Billings, 해학가 겸 강사). “순수한 사랑을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된 피조물은 개와 갓난아이 뿐이다”(Jonny Depp, 배우). “모든 사람들이 개처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능력을 가지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M.K. Clinton, 작가). “개는 친구를 사랑하고 원수는 물어뜯는다. 그런 개들과는 달리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인간들은 항상 사랑과 미움을 혼합한다”(Sigmund Freud, 심리학자).

“개는 알아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보다 낫다”(Emily Dickinson, 시인). “가장 충실한 세 친구는 늙은 아내와 늙은 개와 현금이다”(Benjamin Franklin, 미국 건국의 아버지). “행복이란 따뜻한 강아지이다”(Charles M. Schulz, 만화가). “천국은 은혜로 들어간다. 만일에 공로로 들어간다면 당신은 바깥에 남아 있고 당신의 개만 들어가게 될 것이다”(Mark Twain, 저술가).

강아지를 키우며, 개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개에게 좋은 특성이 많이 있음을 배운다: 개는 늘 한결같다. 언제나 적극적이다. 주인을 알아본다. 다른 주인을 찾지 않는다. 배신하지 않는다. 어려울 때나 힘들 때나 언제나 함께 한다. 주는대로 보답한다. 사랑해주는 것에 대하여 모른척하지 않는다. 아픔이나 괴로움을 금방 잊어버린다. 주인의 잘못을 곧 용서한다. 불평하지 않는다. 이기적이지 않다. 이해타산적이지 않다. 모두에게 다정하다. 선입관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개같은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개 키우자고 졸라대던 아이들이 이제 어른이 됐다. 아들은 26살이 됐고, 갑술년(甲戌年) 개의 해에 태어난 딸은 새해에 생일을 맞으면 24살이 된다. 새해를 맞으며 아이들이 진돗개와 풍산개처럼 성실하고 용감해서 많은 사람들의 절친으로 성숙해가길 다시 한번 바래본다.

김종환 Dallas Baptist University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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