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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지 인사이드] 대학에서 상대방을 배우는 법

지난 14년 동안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면서 새 학기 첫 강의시간마다 반드시 내주는 과제가 있다. 바로 "나는 누구인가 (Who Am I)?"라는 간단한 자기소개다. 이 안에 다섯 가지의 질문이 있다. 첫째, 당신이 살아온 동네는 어떤 곳입니까? 장점과 단점을 말해 보세요. 둘째, 학교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사나요? 셋째, 학교에 다니며 일을 한다면 어떤 곳에서 몇 시간 정도 하나요? 넷째, 당신이 꿈꾸는 장래 직업은? 다섯 번째,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고난은 어떤 것이었고,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학생 수가 적은 클래스에선 학생 모두가 돌아가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나눈다. 한 사람, 두 사람 하다 보면 자연스레 유사점을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우연히 팜데일이나 베이커스필드에서 온 학생끼리 만나게 되고, 같은 레스토랑이나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학생끼리도 연결이 되기도 한다. 아주 솔직하게 자기 사생활을 밝히는 학생도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이혼을 해서 다른 주를 옮겨다니며 살았고, 또 레즈비언이나 게이라고 공개하는 것이다. 자기소개 중 나에게만 알리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이메일로 보내도 좋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약물 중독 증세, 정신질환, 힘든 부모와의 관계 등등을 자세하게 알려 주는 학생도 있다.

이렇게 학생들이 자기의 신상을 솔직하게 나누게 하려면 교수가 꼭 해야 하는 게 있는데 그건 솔직담백한 자기소개다. 학생들은 '교수는 우리를 평가하고 성적을 매기는 두려운 존재'라는 생각을 저변에 가지고 있게 마련이어서 자기의 불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길 꺼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라도 나의 실패담이나 나쁜 버릇, 그리고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시시콜콜한 살아가는 이야기도 허물없이 나눈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서로에 대해 알고나면 교실 분위기가 훨씬 화기애애해진다. 자기 방어본능이나 열등감 등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와 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번은 내가 강의시간에 던지는 어려운 질문들을 항상 척척 대답하던 한 학생이 있었다. 이런 뛰어난 학생은 동료 급우들에게 득보다 해가 되기가 쉽다. 왜냐하면, 이 학생이 답을 말할 것을 이미 알기 때문에 질문에 답을 하려고 시도하는 학생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다. 똑똑한 학생이 토론의 주도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수업 분위기는 침체 되어 갈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얼굴 표정을 쭉 둘러보면 "쟤는 원래 똑똑한 아이라 그래, 고등학교 때도 1등만 했을 거야, 우리들하고 다른 아이인걸" 하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역력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미 자기 소개를 통해서 이 똑똑한 학생이 일주일에 자기들처럼 20시간씩 일을 하고 있고, 가정에 어려운 일도 겪어봤던 친구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급우들은 오히려 이 학생의 우수한 수업준비에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보통 내가 가르치는 수업의 규모는 최소 20명에서 최고 50명 정도인데, 성별은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남학생이 아예 없거나, 많아봐야 서너 명 정도 있는 수업도 흔하다. 인종분포를 보면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반수가 넘고, 나머지는 백인, 흑인, 아르메니안, 그리고 아시아계 학생들이다. 이렇게 인종도 나이도 천향지차로 다른 학생들이 15주 정도 되는 한 학기동안 매주 두 번씩 만나다 보면 정도 들고 생각과 말도 통하는 친구도 만나게 되곤 한다. 학기말이 되면 이 어려운 클래스를 우리 모두가 무사히 끝냈구나 하는 자부심과 동지애도 싹트고 또 의기투합하여 다음 학기에 더 어려운 과목을 함께 수강신청하기도 한다.

처음엔 서먹서먹한 사이였던 이 학생들이 점점 서로 웃고 떠들며 친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지나 이 학생들과 작별을 하고나면 이들은 또 다른 클래스에서 또 다양하고 개성 있는 급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대학 교육을 통해 다양한 상대방에 대해 알게 되고, 따라서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 가게 되는 것이다.

이달부터 캘스테이트 노스리지 언론학과 교수인 김태현 교수가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칼럼 '칼리지 인사이드'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김태현 / 언론학과 교수 캘스테이트 노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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