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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광장] 미국에선 약값이 왜 이렇게 비쌀까

권태형


K씨는 당뇨병 환자로 ‘인슐린’이 있어야 생명을 유지한다. 10밀리리터 짜리 한병의 가격이 450달러나 되는 약이다. 한달에 3000 달러를 써야 된다. K씨는 그런 돈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죽어야 하나. K씨는 캐나다에서 약을 사서 쓴다. 거기선 한병에 21달러만 주면 된다. 물론 그건 불법거래다. K씨는 매월 한번씩 법을 어긴다. 살기위해서.

미국엔 이런 사람이 K씨뿐 아니다. 2015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에서 처방약을 구입하는 미국인이 매년 500만명이나 된다. 2016년 카이저재단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외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미국인이 1900만명이나 된다. 이건 미국 인구의 8 퍼센트나 되는 숫자다. 실제 수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불법거래라 말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창피해 말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테니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의 약값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 2017년 현재 미국의 약값에 비해 프랑스는 67%, 독일은 51%, 이탈리아는 53%, 스페인은 55%, 영국은 57%, 캐나다는 65%, 일본은 43%, 오스트레일리아는 60%나 더 싸다. 외국의 약값이 평균 56%나 더 싸다. 같은 회사에 나온 똑같은 약인데도 외국에선 더 싸게 판다. 2014년 한 해에 미국인은 1인당 평균 1112 달러를 처방약에 썼고, 캐나다 사람들은 1인당 평균 772달러를 처방약에 썼다.

‘PharmacyChecker.com’에 따르면 비통제약품으로 미국에서 파는 유명 약품의 70%가 외국에서 수입된 약이다. 수입된 약을 미국에선 더 비싼 가격으로 판다. 일례로 넥씨엄(Nexium)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란 회사가 스웨덴에서 만든 위산을 조절하는 약이다. 40밀리그램 환약을 미국에선 7.78달러에 팔지만 캐나다에선 3.37달러에 판다. 영국에선 2.21달러에 팔고, 오스트레일리아, 뉴지랜드, 인도, 터키에선 0.37달러에 판다. 어빌리파이(Abilify)란 약은 오츠카(Otsuka)란 회사가 일본에서 만든 항정신병 약이다. 미국에선 한 알을 34.51달러에 팔지만 캐나다에선 87%나 더 싼 4.65달러에 판다.



미국에선 약값이 왜 이렇게 비쌀까. 외국에선 정부가 약값을 통제하지만 미국에선 정부가 약값을 통제하지 않고, 제약회사가 임의로 약값을 정하고 임의로 약값을 올리기 때문이다. 메디케어를 예로 들어보자. 메디케어는 약을 가장 많이 사는 기관이다. 그런데도 제약회사와 약값을 흥정하지 못하게 돼있다. 법이 그렇게 돼있다. 이 법은 2003년에 제정된 ‘메디케어 현대화법’이다. 그때 제약회사가 돈을 많이 써 로비활동으로 입법자들을 구어삶았기 때문이다.

이 법을 발의한 의원은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하원의원 빌리 타우진 (Billy Tauzin)이었다. 그는 그때까지 15년간에 제약회사로 부터 선거자금 20만달러를 받은 의원이다. 그는 2005년에 의회를 떠나 연봉 200만 달러로 제약회사협회 로비스트로 취직했다. 2006-2010년 사이에 1900만 달러를 벌었다. 이 법의 덕택으로 제약회사는 한해에 20억 달러 대박을 터뜨렸고, 미국 노인들은 비싼 약을 사먹게 되었다.

의원직을 떠나자 곧 큰 회사에 돈을 많이 받고 취직하는 현상을 ‘회전문 현상’이라고 한다. 회전문은 동시에 나가고 들어올 수있는 문이다. 의원직을 떠나는 동시에 로비스트가 된다는 뜻이다. 1998년 이래 이직한 상원의원 50%가 로비스트가 되었고, 이직한 하원의원 42%가 로비스트가 됐다. 로비스트가 된 의원은 봉급이 1452%나 껑충 뛰어 오른다. 그렇게 돈을 많이 주는데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 의원은 드물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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