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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TALK] 즈베덴의 시대

177년 전통의 뉴욕 필하모닉의 26번째 음악감독 얍 판 즈베덴(Jaap van Zweden)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지난 2016년 앨런 길버트의 뒤를 잇는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지명되어 작년 9월 '지명자'의 신분으로 악단의 시즌을 열었던 것에 이어 1년이 흐른 지난 9월 20일 드디어 음악감독으로서의 첫 연주를 가졌다. 뉴욕 필하모닉의 부수석 비올리스트 레베카 영(Rebecca Young)은 즈베덴이 객원지휘자로 뉴욕 필을 처음 찾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를 반드시 뉴욕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첼로 수석주자인 카터 브레이(Carter Brey)는 즈베덴을 가리켜 뉴욕이란 도시가 가진 엄청난 에너지와 잘 어울리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 격이었던 갈라 콘서트 전후로 주요 언론은 대대적인 관심을 보였다. 즈베덴의 고국 네덜란드의 한 방송사는 그의 집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가졌고, NPR은 그과 더불어 뉴욕 필하모닉의 CEO로 복귀하는 데보라 보르다(Deborah Borda)와 함께 악단이 새롭게 시도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청사진을 소개했다. 월가의 직원, 경찰, 소방관, 병원직 종사자, 교사 등과 같이 일반 뉴요커들을 위해 즈베덴이 직접 지휘하는 5달러짜리 1시간짜리 음악회를 만들어 새로운 청중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콘텐트가 단번에 공급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음악회를 찾아 1시간30분 동안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에 대한 솔직한 고민도 털어 놓았다.

AFP통신은 갈라 콘서트와 인터뷰를 소개하며 '놀랄만한 데뷔(striking debut)'로 헤드라인을 달았고,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으로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기대감과 더불어 '경고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우려감을 나타냈는데,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작 '봄의 제전'에서 악단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였던 즈베덴을 향하여 연주가 거칠고 요란해졌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 발짝 더 나간 매체도 있다. 격주로 발행되는 매거진 내셔널리뷰는 뉴욕 필하모닉의 전임 음악감독이었던 앨런 길버트까지 들먹이며 '즈베덴이 이끄는 뉴욕은 더 이상 엉성한 연주를 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젠 거의 음악적이지 않게 되었다'는 최악의 평을 내놓았다. 피아노 독주자로 나선 스타 피아니스트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가 연주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지루하고, 극적 흥미를 잃게 만드는 연주' '마치 쇼팽과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을 연주하듯 페달 사용을 남발해 베토벤의 날카로운 악구가 흐릿해졌다'고 말했다. 이 리뷰를 접한 음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론가의 자질을 운운하는 사람부터 솔직한 평가에 대한 호의적인 의견까지 다양했다.



이날 음악회에 운집한 3000여 명의 관객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마지막 곡을 마친 후 관객들은 즈베덴을 다시 불러냈다. 그는 바그너의 'Ride of the Valkyries'를 앙코르로 연주했고, 청중들의 떠나갈듯한 환호로 장내는 들썩였다. 그가 댈러스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시기 악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관중은 늘어났다. 홍콩 필하모닉은 2012년부터 음악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즈베덴이 뉴욕 필하모닉과 겸직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한다. 뉴욕의 수장이 홍콩도 맡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얻어지는 반사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취임 직전 뉴욕은 두 명의 베테랑 단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해고되는 사태가 있었다. 게다가 데이비드 게펜홀의 레노베이션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집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된다는 뜻이다. 언론의 평가도 기대만큼 호의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새로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최고의 무기이다. 새로운 인물이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 이보다 더 기대되는 것이 있을까?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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