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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도적 대북 지원의 딜레마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제한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제재 대상 국가에 대한 지원을 막는 법이 있기도 하지만 신뢰할 만한 정보원에 따르면 최근에는 유엔을 통한 다국적 지원마저 무역과 금융에 대한 규제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은 인도적 지원과 결부된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한다. 이 딜레마는 북한처럼 오래도록 자국민의 인권과 복지를 묵살해 온 독재정권이 통치하고 있는 경우에 특히 예민한 문제가 된다.

딜레마는 우선 모든 인도주의적 필요를 충족시킬 만큼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서 생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무수히 많은 비극을 목격하고 있다. 내전 중인 예멘과 시리아 그리고 남수단이 가장 두드러진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베네수엘라에서 위기를 느끼고 국경을 넘는 난민의 수는 시리아 난민 수에 필적할 만하다. 로힝야족 사태는 아시아에서 심각한 난민 문제를 발생시켰다. 북서 아프리카에서는 정치적 위기에 가뭄까지 겹쳐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딜레마는 인도적 지원이 순전히 자연재해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도 생긴다. 홍수와 가뭄은 심각한 문제이며 북한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두 가지를 모두 겪었다. 그러나 표면을 들춰 보면 대체로 이러한 '자연적인' 원인은 내전부터 독재정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인위적 원인과 결부돼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러한 점을 이유로 든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왜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복지에 대해 북한 정권보다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리고 북한과 같은 나라에 원조를 제공하면 이를 빼돌리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용도로 전용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의문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를 오도하는 것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의 기본 원칙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정치적 계산을 따르는 게 아니다. 인도적 지원을 외교적 압박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약자를 전략적 목적에 이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지원금 유용과 관련된 의문들을 해결하는 데 이미 큰 발전을 이뤘다. 북한의 기근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후원단체들은 북한의 공공 식량 배급 제도에 다량의 곡물을 퍼붓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 지금 북한 지원 사업은 결핵 등의 보건 문제나 농업 생산성 개선 등의 장기적인 발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국과 미국은 관광수익을 올리려는 북한 정권의 노력을 뛰어넘는 적극성을 발휘해 북한 사람들과 접촉할 경로를 조성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로봇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누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북한 지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영양 부족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1억1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이 문제 해결에 나선 나라는 스위스.스웨덴.캐나다.프랑스 4개국뿐이며 이들의 지원액은 필요 총액의 약 10% 정도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방도를 찾고 있다면 인도주의적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한국의 NGO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NGO들의 활동이 지닌 가치를 인정하고 가능한 부문에서 그들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을 차단해 전략적인 효과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NGO들이 지원 사업을 감독할 수 있게끔 여행을 허가하고 북한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할 수 있도록 일부 제재를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의 해외 원조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효과적 지원을 하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장점이 대북 원조에서도 발휘되길 기대한다. 가장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삶의 질이 바뀌는 투입한 비용이 아깝지 않은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스테판 해거드 / UC샌디에고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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