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등불 아래서] 길을 묻는 이에게

쨍쨍한 햇살이 쉬지 않고 부어지는 한낮이면 제 살길을 찾는 풀들이 초록색 잎을 슬쩍 늘어뜨린다. 마른 바람 속에서 열매를 맺어가느라 온몸을 흔든다. 이렇게 나름 사투를 벌이는 작물들에게 또 다른 힘든 적군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물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움켜쥐고 있는 양분을 빼앗아간다. 먼저 자라 햇볕을 빼앗아 가고 모두 병에 걸려도 끄떡없이 버틴다. 이렇게 돌보지 않고 힘들이지 않아도 잘 자라는 풀이라면 심어 키우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단 한 가지 이 풀이 못하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 아부를 못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먹으려는 풀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독한 제초제를 뒤집어쓰고 장렬히 전사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즐기는 정원의 모양을 망친다고 가차없이 뽑혀 나가기도 한다. 영양가 없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어떻게든 산다고 지독한 놈이라고 손가락질받고 죽여도 또 난다고 욕을 먹는다. 이쯤 되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느냐고 할 말이 많은 풀이다. 그저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고 사람과 친하지 않아서 쓸모없다며 버려지고 이름도 도매금으로 하나다.

잡초,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 잡초라고 불리지만, 쓸모없는 풀이라는 말은 잡초를 잘못 읽은 것이다. 이들은 자기 잘났다고 다투듯 싹을 내는 사람들의 풀과 다르다. 동료를 생각하고 스스로 억제하는 겸손을 아는 풀이다. 몇 주 아니 몇십 년이라도 자신을 낮춘다. 그래서 서로를 살린다. 잡초를 아무리 뿌리째 뽑아도 돌아서면 또다시 가득한 이유다. 게다가 자기 몸에 있는 양분을 뽐내며 자신의 능력을 의지해 스스로 싹을 틔우지 않는다. 오직 햇살에 의지하여 빛 속에서만 싹을 내는 참으로 믿음이 좋은 풀이다.



깊이 뿌리를 내려 흔들어대는 바람에도 자리를 지키고 생명을 위협하는 가뭄에도 물을 찾는 지혜를 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척박한 땅에서도 숨어있는 양분을 찾아낼 뿐 아니라 땅 위로 실어날라 땅을 살리니 섬김의 풀이다.

사람은 알아주지 않고 발견하지 못했지만,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가치를 알고 꿋꿋이 일어서는 인내와 용기를 품었다. 하나님께서 먹이시고 기르시는 것을 알뿐 아니라 자신을 드려 그 품속에 자라가기에 솔로몬의 영화보다 아름답다.

이리 보니 온실 속에서 다투는 화초 같은 우리에게 신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하나님의 지혜다. 잡초라니! 쇠뜨기, 명아주, 개망초, 바랭이, 질경이, 민들레, 털비름, 돼지풀, 고들빼기, 괭이밥, 치즈기, 올방개, 벗풀. 하나님의 풀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