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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가 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터"

[LA중앙일보] 발행 2019/08/26 교육 18면 기사입력 2019/08/24 13:43

인터뷰: 발달장애 극복하고 명문대학 졸업한 브루노 윤씨

장애를 딛고 지난 5월 명문 사립대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CMC)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브루노 윤씨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애를 딛고 지난 5월 명문 사립대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CMC)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브루노 윤씨는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스알라미토스고 우수 성적으로 졸업
매케나 졸업 후 유타 IT 기업에 취업
어머니 꾸준한 노력도 견인차 역할


새 학년이 시작됐다. 발달장애아를 둔 학부모는 새 학교, 새 학년에서 만날 자녀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섞인 마음으로 등교를 시킨다.

브루노 윤(한국명 진수·22)씨의 어머니 조셋 톰슨씨도 브루노를 처음 학교에 보낼 때 비슷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세살 때 자폐 진단을 받은 후였다. 하지만, 꿋꿋하게 치료를 받게 하고 학교를 보낸 결과 남가주의 명문 사립대로 꼽히는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CMC)에서 철학·정치·경제학 전공자로 지난 5월 졸업하고 지금은 유타의 한 IT 기업에 취업해 일하고 있다. 윤씨가 대학을 졸업할 때는 누구보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친구들의 추천으로 졸업생 대표로 뽑혀 졸업식 연단에 서서 연설했을 뿐 아니라 GPA 3.80점의 '파이베타카파(Phi Beta Kappa)' 아너 학생으로 졸업했기 때문이다.

윤씨의 이야기는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가정에 희망이자 롤모델이다. 윤씨처럼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고 취업하는 성공담은 다른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일반인들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도 윤씨 케이스를 성공적으로 꼽는다. 최근에 미국에서 발표된 의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60명 중 1명꼴로 자폐증 진단을 받고 있으며 그 중 약 3분의 1은 지적 장애가 있다. 자폐증을 전문으로 하는 앨라배마대 심리학과의 수전 화이트 교수에 따르면 지적 장애가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절반만이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대부분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학에 진학해도 많은 경우 중퇴하거나 정신건강 문제로 학업을 계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씨도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학업 생활을 했던 건 아니다.

친구들과 다르다고 느낀 건 윤씨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였다. 윤씨는 "점심시간에 나만 혼자서 먹고 있었다. 내가 친구가 없다는 걸 알았다"며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사람들이 나를 멀리한다는 걸 느꼈고 그게 슬펐다"고 말했다.

윤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윤씨는 "엄마와 선생님들이 가르친 대로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고 했다. 물론 이 같은 윤씨의 노력에 모든 친구들이 호응한 건 아니다. 그래도 윤씨는 "고등학교에 가서야 친구들이 생겼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모든 순간을 긍정적으로 대했다.

대학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에 합격하고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엔 주위 환경이 무척 낯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숙사 방에만 머물며 비디오 게임만 했다"는 윤씨는 "그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이 났다. 그 후부터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고 캠퍼스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윤씨의 노력을 지켜본 과 친구들도 그제야 조금씩 윤씨의 미소와 대화에 호응했다.

공부도 노력했다. 윤씨는 로스알라미토스 고교 시절은 물론 대학에 와서도 책상에 몇 시간씩 앉아서 전공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부족한 것도 책을 읽으며 채워나갔다. 수업 시간에 발표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기라도 하면 단 5분의 내용을 위해 기숙사 방에서 혼자 2~3시간동안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준비해 갔다. 그 결과 주 및 로컬 정책을 연구하는 CMC 산하 로즈연구소에서 특별 연구원으로 발탁돼 일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문예 발표회'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하는 학생 대표로 선정되는 등 캠퍼스 곳곳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어머니 톰슨씨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내과의사인 탐슨씨는 귀로 들은 것은 앵무새처럼 흉내 내고 시를 기억하고 암송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생각은 제대로 말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자 꾸준히 언어훈련을 시키고 감정 표현을 가르치는 등 특수교육 전공자들을 찾아다니며 교육했다. 또 부족한 학업을 도와줄 수 있는 보조 교사도 채용해 도움을 받게 했다.

여전히 "낯선 사람과 악수를 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기 전에 식은 땀을 흘리고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게 힘들어 머뭇거린다"는 윤씨는 언젠가 법대에 진학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윤씨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은 없다. 하지만 세상에 변화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자폐 증세가 있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나를 보면서 '내 자녀도 다른 사람들처럼 공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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