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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각지대는 어디입니까?

설치미술가 '오인환 전'이 던지는 화두

LA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가 오인환의 전시.

LA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가 오인환의 전시.

작품 '태극기 그리고 나'

작품 '태극기 그리고 나'

작품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작품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나의 사각지대는 어디일까?" 전시를 본 후 돌아와 한번 둘러봤다. 이 회사라는 공간에도 다른 사람의 눈을 잠시 피해 한숨 돌리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내게 있을까.

설치미술가 오인환 작가의 전시 '나만의 사각지대(My Owen Blind Spot)'가 LA에서 진행중이다. CCTV를 통해 사회 속 개인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전시다. LA에 있는 한인이 운영하는 두 갤러리 백아트(대표 수잔 백)와 커먼웰스&카운슬(대표 영 정)이 협업을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전시 공간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관람객은 카메라에 비친 자신과 함께 다른 공간의 영상을 보며 자신의 존재를 탐구해 자신만의 사각지대를 찾아가며 전시를 관람하게 된다. 오인환 작가는 서울대 교수로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이번 전시는 올해의 작가 수상작이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끝내 오인환 작가와 직접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그는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작품으로만 자신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백아트 수잔 백 대표의 설명과 작가 홈페이지를 참고해 그의 작품 세계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많은 아트 작품들이 그렇지만 이번 전시는 설명이 없이 이해하기 힘들다. 간단하게 전시 작품을 소개한다면.



"각 갤러리는 설치된 CCTV의 사각지대를 찾고 찾아낸 사각지대를 핑크색 테이프를 붙여 시각화한다. 각 전시장의 내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시 공간에 설치된 모니터로 전송한다. 하지만 모니터를 통해서는 사각지대를 시각화한 설치작업은 볼 수 없고 전시장은 비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은 전시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 비로소 사각지대를 시각화한 설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핑크테이프에 쓰인 메시지와 그 위에 놓인 영상은 무엇인가.

"군대 전역자를 대상으로 복무기간 중 자신만의 사각지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영상은 참여자들이 운동장에 군대 속 자신의 사각지대를 그림으로 시각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 갑자기 들어왔을 때를 항상 대비해야 한다"/ "반대로 짬 좀 찼다면, 게임처럼 점점 수위를 올려보자"/ "변명거리들을 생각해 둬야한다"/ "신임을 얻어라. 그러면 혼자 다니는 것이 자유로워진다"

-사각지대의 의미는.

"사각지대라고 하면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미를 생각하지만 여기서의 긍정적인 의미다. 사각지대는 때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 공간이고 충전의 공간이기도 하다. 예로 아이들은 부모의 눈을 피해 자신들만의 '다락방'을 발견해내고 동성애를 금지하는 도시에서도 게이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을 창조해낸다. 꼭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 속에서 사각지대를 찾을 수 도 있다."

-CCTV는 어떤 역할을 하나.

"CCTV 시스템은 일방적으로 관찰하는 감시의 도구에서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을 상호적으로 연결하는 미술 도구로 전환시켰다. 관객들은 여기서 감상자인 동시에 감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테이프가 핑크색인 이유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 처음에 페인트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좀 더 확연한 사람의 흔적을 보여줄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테이프를 발견하게 됐고 핑크색을 선택한 이유는 테이프 회사마다 핑크색 테이프를 다 만드는데 핑크가 잘 안 팔린다는 얘기에 테이프의 사각지대와 같은 핑크를 선택했을 뿐이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백 대표가) 오인환 작가의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덴마크에서 열린 한국의 현대미술전에서 오인환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퍽 인상적이었다. 인센트를 태우는 작품(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이었는데 그 이후로 오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 보게 됐다. 오 작가는 오래도록 정체성에 대한 의미있는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은데 '태극기 그리고 나' '진짜 사나이' 등 소개하고 싶은 작품들이 많다."

주목할 만한 오인환 작품
◆태극기 그리고 나


태극기의 무게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작가를 포함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상중하로 구분해서 동영상을 촬영하게 된다. 촬영시 참가자들은 카메라를 머리 위로 높이 쳐들어 만세 자세를 취하고 최대한 부동자세를 유지하면서 촬영한다. 점차 부동자세를 유지한 몸은 흔들리고 신음 소리가 증폭되면서 처음 일치되었던 국기는 흔들림과 신음으로 집단의 기표인 국기의 재현을 방해한다.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전시회가 열리는 도시에 산재하는 게이바(클럽)의 이름들을 수집해 전시장 바닥에 향 가루로 적은 것이다. 전시회 시작과 함께 점화된 작품은 전시기간 동안 천천히 타들어가고 재로 변한 게이바들의 이름들이 하나씩 두드러지는 식이다.

태우는 과정을 통해 관객과 작업을 공유하고 타면서 냄새로 전환된 작품은 물리적 경계를 벗어나게 되고 관객의 몸안으로도 침투한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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