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침팬지 인간 그려 달라 부탁"
정재훈 전시 '스키조프레니아'
LA 마당몰 10월 11일~26일
OC 더소스 11월 1일~10일
'봉디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있는데 이번 작품도 역시 재미난 소품이 등장한다.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 기생충의 소품으로 등장하는 그림을 그린 래퍼 정재훈(래퍼명 후니훈) 작가의 '스키조프레니아' 전이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린다. 영화 속 소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영화가 개봉하는 11일부터 26일까지 LA CGV가 있는 마당몰에서 11월 1일부터 10일까진 부에나파크 CGV가 있는 더 소스몰에서 열린다.
-작가이기 이전에 래퍼라고 들었다. 음악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텐데 굳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있나.
"어릴적부터 음악만 보고 왔는데 어느 순간 루키들이 치고 올라왔다. 한 발짝 물러서야 했고 내려놓게 됐다. 그때(2015년)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스트레스가 다 사라졌다. 행복했고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됐다."
-음악과 그림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둘 중 무엇이 더 좋다고 얘기하긴 힘들다. 하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음악은 영순위다. 음악 때문에 그림을 그리게 됐으니 그 다음이 그림인 것 같다."
-2015년에 그림을 시작한 것치고는 전시도 하고 이름을 빨리 알려진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처음에는 그림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재밌다. 좋다'는 반응과 함께 기회가 되면 전시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는 팔로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016년에 처음으로 전시를 하게됐다."
-감독과는 친분이 있었나.
"평생 나만 알았다. 영화 팬으로다(웃음). 그림을 계속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기생충 제작사로부터 몇 점의 그림을 가지고 영화사로 올 수있겠냐는 요청을 받았다. 미팅을 위해 찾아갔더니 기생충의 이하준 미술감독과 봉준호 감독, 연출팀과 작가들이 있었다. 그림을 본 봉 감독이 갑자기 시나리오를 읽어보라며 회의실을 나갔다. 40분간 혼자서 시나리오를 읽는데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더라. 어쨌든 그렇게 영화 소품으로 쓰일 그림을 그리게 됐다."
-영화에서 작품은 어떻게 등장하나.
"그림은 동익(이선균)과 연교(조여정)의 막내 아들 다송이가 그린 그림으로 나온다. 다송이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9세 소년인데 메인으로 등장하는 그림은 아이가 어떤 광경을 보고 놀라 그린 것이라는 설정이다. 이 그림을 위해 봉 감독이 부탁한 것은 딱 두 가지다. 스키조프레니아(한국명 조현명)존을 넣고 침팬지를 형상화한 인간의 얼굴을 표현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5개월여간 50여점의 크고 작은 그림을 그렸다. 정말 그림만 그렸다. 피드백을 계속 받으면서 그렸는데 그 요청이 결코 쉽지 않았다."
-어려웠을 것 같다.
"계속 되는 요청에 잠시 그리는 것을 멈춘 적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절대. 처음에는 자신감에 충만했고 재밌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피드백에 '이럴꺼면 감독님이 하지 왜… 머릿속에 이미 그려 놓은 게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오기가 생겼다. 그때 집중해서 그림을 그렸고 '마음에 든다'는 봉 감독의 오케이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영화 작업으로 그림에 변화가 있나.
"내 그림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한가지를 더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오일 파스텔과 크레파스를 사용한 자화상 같은 느낌의 또 하나의 스타일이 나올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열어줬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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