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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손자 키재기

"재윤아, 이리와 키 대보자."

며느리가 13살 손자를 부르는 소리가 낭낭하다. 복도에서 부엌으로 들어가는 기둥 옆에 아이들의 키를 재는 종이가 붙어 있다. 가끔씩 키를 재고 날짜를 적어 놓은 종이다. 5년 전, 10살, 8살, 5살 3명의 손자 손녀의 키는 층계처럼 나란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큰 손녀가 11살, 12살이 되면서 키가 부쩍 크더니 13살 때에는 170cm가 됐다. 자고나면 큰다더니 커가는 게 정말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밑에 두 동생만 경쟁하게 생겼는데 둘의 키는 비슷하게 커간다. 3살 위 오빠가 더 커야 하는데 사실은 막내 손녀가 더 컸다.

사진을 찍어도 확실히 막내가 더 컸다. 온 식구가 긴장을 했다. "얘, 에미야, 재윤이 좋아하는 음식 좀 해줘라" "얘, 많이 먹어라" 식구들은 키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무언의 약속이 돼 있었다.



남편과 아들은 큰 키에 속한다. '재는 누굴 닮아 키가 작지?'라며 며느리에게 아이들 삼촌은 키가 컸느냐고, 키 작은 게 혹시 며느리쪽 가계 때문이 아닌지 은근히 핑계를 대보기도 했다. 이렇게 족보까지 들먹일 정도로 손자 키가 작은 것에 무척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올해 13살이 된 손자가 어느날 갑자기 음성이 변하더니 키가 크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남자 아이들은 늦게 큰다더니 정말… 놀라는 가운데 키를 재보니 동생보다 더 컸다. 나와 며느리도 넘어섰다. 손자도 자존감이 커졌는지 키 재는 것을 즐겨한다. 동생 옆을 지나며 동생 키에 슬쩍 대보기도 한다.

"이제는 할머니보다 훨씬 크네"하며 웃기도 한다. 아직 누나 보다는 작지만 언젠가는 남자인 손자가 더 크게 될 것이다.

손자들이 커가는 키를 보면서 점점 나는 작아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손자들의 성장은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정현숙 /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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