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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인사 점점 사라진다

연방 대법관 발언에 SNS 난리
기업들도 '성탄 마케팅' 꺼려

종교·정치 문화적 관점 갈등
교계에선 "예민할 필요없다"

크리스마스 인사가 논란이 된 닐 고서치(오른쪽) 연방법원 대법관과 '폭스 앤드 프렌즈'의 에인슬리 이어하트 진행자와의 인터뷰 장면. [폭스 채널 캡처]

크리스마스 인사가 논란이 된 닐 고서치(오른쪽) 연방법원 대법관과 '폭스 앤드 프렌즈'의 에인슬리 이어하트 진행자와의 인터뷰 장면. [폭스 채널 캡처]

지난 17일 폭스 채널의 뉴스쇼 '폭스 앤드 프렌즈(Fox & Friends)'에 닐 고서치 연방법원 대법관이 출연했다.

인터뷰는 최근 고서치 대법관이 출간한 책(A Republic, If You Can Keep It) 홍보 때문이었지만, 논란은 의외의 지점에서 발생했다. 고서치 대법관의 짧은 인사말 때문이었다.

뉴스쇼 공동 진행자 중 한명인 에인슬리 이어하트가 고서치 대법관을 소개하며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네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화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

소셜네트워크 등에서는 순식간에 좌파 비평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크리스마스 전쟁(War on Christmas)을 다시 일으켰다" "대안적 인사말인 '해피 할러데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세속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보수 진영의 속내를 나타낸 것으로 매우 황당한 인사"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고서치 대법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판사다. 폭스 채널 역시 보수적 색깔을 띠는 방송이다. 그럼에도, 좌우의 관점 차이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넘어 크리스마스 인사말에 대한 갈등에는 오늘날 기독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내에서는 수년전 부터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해피 할러데이'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해피 할러데이'가 종교색을 뺀 중립적 인사라는 주장 때문이다.

유명 커피 업체인 스타벅스는 연말을 맞아 출시하는 특별컵에 크리스마스 디자인을 빼는가 하면, 일부 공립학교 등에서는 성탄절이 기독교계의 행사이므로 타종교인을 배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시키는 등 각종 논란이 이어져왔다.

종교적 관점에서만 보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은 율법에 따라 검은색 복장을 입고 귀밑 머리를 길게 꼬아 늘어뜨린 정통 유대인들에게는 자칫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예수'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여론은 어떨까.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말을 선호하는 미국인은 10명 중 3명(32%) 뿐이다. 지난 2005년(43%)에 비해 감소했다.

반면, '해피 할러데이' 인사로 대체해야 한다는 응답은 15%로 나타났다. 2005년(12%)에 비해 늘었다.

정부 및 공공기관 등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응답도 증가했다.

"공공 기관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 안 된다"는 답변은 26%로 2014년(20%)에 비해 늘었다. 그만큼 종교적 색채를 띠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반감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계에서 성탄은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 ▶아기 예수를 말구유에 눕힌 것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 ▶천사가 목자에게 예수의 탄생을 알린점 등 크게 4가지 이야기가 얽혀있다.

이와 관련, 퓨리서치센터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4가지 이야기를 믿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는 연령차에 따라 차이가 컸다.

"4가지 이야기를 모두 믿는다"고 답한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는 44%에 그쳤다. 2014년(59%) 당시 응답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반면, 1945년 이하의 노년세대는 무려 70%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4가지 이야기를 모두 믿었다. 각 세대 중 노년 세대만이 유일하게 2014년(66%) 응답보다 높아진 게 특징이다.

인사말에 대한 관점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공화당원 2명 중 1명(54%)은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말을 선호했다. 반면, 민주당원의 응답은 19%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이미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상업적인 요소와 섞여 일종의 세속적 문화, 공휴일 등으로 인식된 지 오래"라며 "인사말(메리 크리스마스)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독교의 정체성까지 흔들린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기독교계에서 조차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성경에 예수의 정확한 탄생일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크리스마스 어원은 '그리스도에게 예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합동신학대학원 이승구 교수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는 로마에서 기독교가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태양신에 제사를 하던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믿고 난 후에는 더 이상 태양신에 제사를 하지 않고, 하나님을 경배하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다.

청교도들 역시 이런 사실에 근거하여 종교개혁 시기 때부터 미신적인 크리스마스를 '특별한 하루'로 보내지 않았다.

이승구 교수는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일로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히 하되, 예수가 성육신하여 십자가에 달린 사실을 생각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는다면 좋을 것 같다"며 "오히려 크리스마스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사회에 참 사랑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뜻깊은 성탄 절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헌성 연구원(UCLA 사회학)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논란은 종교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요소를 통해 왜곡된 인식이 빚어낸 무의미한 논쟁일지도 모른다"며 "그만큼 오늘날 사회가 가치와 인식의 차이로 갈등이 더욱 양산되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시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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