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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외딴집

내 건너 정거장에는 버스가 하루에 고작 두 번 섰다 간다. 산비탈 구멍가게의 창문은 늘 닫혀있다. 주인마님의 눈길은 다리 건너 마을이 온통 복사꽃에 묻힌 봄을 조용히 담고 있다. 냇물에 걸친 시멘트 다리가 장마철에도 끄떡없이 마을과 구멍가게를 이어준다.

너와 나, 나와 너의 ‘와’는 틈새라는 빈 공간이다. 공간의 빈 사이가 우리의 관계를 이어준다. 너, 나, 부부, 사회, 국민, 국가의 사이에 지켜야 할 도의적 질서의 틈새가 어긋나면 우리의 생활은 무너지고 만다. 무너진 질서에 사랑은 앉을 틈새 없이 무디어진다. 물질 위에 앉은 잘난 사람은 많아도 옳은 사람은 드물다. 싸움에 이긴 자들이 정의라는 깃발을 들고 축구장을 누빈다.

한 마디 뻥 질러 놓고 돌아서버리는 ‘축구’하는 정치인이 서성일 그런 틈새가 없어질 때가 와있다. 시멘트 다리가 틈새를 메워준다. ‘정치’하는 정치인이 다섯쯤 나타나주면 고맙겠다.

코로나19가 우리의 틈새를 넓히라 한다. 사람의 사이를 크게 하라 한다. 지켜온 일상의 질서와 규범이 사랑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 믿음이 흐려지고 이웃을 경계하고 정치를 경원하고 인종을 혐오하게 한다. 앞이 더욱 두렵다.



버스가 한 움큼 연기를 뿜고 떠난다. 아무도 타거나 내린 이가 없나 보다. 꼭 기다릴 소식은 없어도 세상이 궁금해 서둘러 구멍가게로 들어선다. 외딴집 주인답게 어제 본 얼굴을 반겨준다. 마스크를 쓴 얼굴이 서로 어색하다.

신문만 들고 나오기가 뭣해 소주병 하나를 잡으려 하니 주인마님이 먼지를 털어주며 눈으로 웃는다. 저녁 연기가 피어 오를 법도 한 마을이 포근히 멋을 부리고 있다. 틈새를 이어주는 시멘트 다리가 출렁이도록 힘주어 걷는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


문 영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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