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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새 아침

제라늄과 아이리스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여름의 문턱이다. 해마다 만나는 꽃이라 해도 올해는 한결 탐스럽다.

넉넉히 내려준 봄비에 마음을 열고 웃어준다. 찌푸린 내 얼굴이 절로 미안해진다. 두 달 칩거 생활에 닫힌 마음이 하마터면 꽃에 전염될 뻔했다. 곧 마음을 풀고 아예 꺼버린다. 한 걸음 물러서 깊은 숨을 쉬고 마음 문을 다시 연다. 꽃은 저만치서 웃는다.

눈부신 보름달이 초여름 밤을 선물한다. 곧게 스쳐간 비행운이 하얀 파도를 아주 느리게 그려주고 있다. 휘파람을 불어 달을 밀어본다. 산들바람이 초여름 달을 분다. 달보다 비행운이 밀려난다.

한낮은 뜨거워도 이 밤은 간지럼을 준다. 차츰 문이 열리고 있다. 만나야 할 이의 얼굴이 다가온다. 마스크 없이도 손을 잡고 얼싸안을 사람들의 웃음이 다가오고 있다.



단번에 뭉겨놓은 생활의 틀을 다시 엮어야 할 때가 온다. 살아오는 동안 차가운 사이였어도 인사말부터 건네야겠다. 자질구레한 무례나 짜증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자. 한 줄기의 상쾌한 기분이 물결쳐 파도처럼 퍼질지어다.

타향살이 몇 해든가 손 꼽을 새 없이 셋방살이로 꼼짝없이 지낸 수많은 사연을 어찌 헤아리리요. 곧 새 아침이 온다. 와야 한다. 우리의 외침은 앞으로 퍼져나간다. 이 아침의 울적을 털어버리고 시원하게 물 한 잔을 마신다.

내일의 새 아침 준비로 단단히 고삐를 죈다.


남 철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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