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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깨졌다, 위기의 ‘광주형 일자리’…사업성이 더 큰 문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4/04 15:01

[뉴스분석]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선언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일 한국노총이 ‘광주형 일자리’ 협약 파기를 선언하면서 국내 최초의 적정 임금, 적정 근로시간 사업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가 위기를 맞게 됐다. 한국노총 측은 “노동자 측을 배제한 정치 놀음으로 전락했다”고 협약 파기 이유를 댔지만, 애초에 저임금 정책이 가능했는지 등 사업 모델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근로자가 다소 적은 임금을 받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교육·의료지원 같은 복리?후생 비용을 지원하고,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같은 인건비를 가지고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1월 31일 광주광역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투자 협약식이 열렸다. 중앙포토





적정임금 하자더니 임금 높이기 움직임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해 광주광역시를 1대주주, 현대차를 2대 주주로 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로 출범했다. 광주광역시가 483억원, 현대차가 437억원을 이미 냈다. 지난해 12월에는 광주 광산구에 공장도 착공해 현재 8%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내년 4월까지 1000cc 미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이다.

하지만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면 할수록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광주광역시가 만든 투자협약서는 연봉 3000만원을 제시했는데, 노동계 입장에선 수당을 빼면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연봉에서는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이를 정도다.

노동계가 반대하자 광주광역시는 주 44시간 근로에 연봉 3500만원을 주는 수정안을 내놨는데 이번엔 현대차가 난색을 표했다. 원안에 명시된 임단협 5년 유예 대신 매년 임금 협상을 하고, 임금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대신 노사 협상으로 정하면 굳이 광주형 일자리를 할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 경험이 없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사업 계획이 이뤄지고 ▶기업은 투자금을 넣는 것 이외에는 큰 기대가 없으며 ▶노동계는 ‘노동계 이사’ 임명을 요구하는 등 주도권 다툼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꼬이게 된 게 지금의 상황을 불러왔다. 정치적 성과를 의식한 정부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 설립을 서두른 결과라는 비판도 다시 제기될 걸로 보인다.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철골 구조물. 지난달 30일 현재 공정률 8.1%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경형 SUV 10만대 생산해 어디다 팔 건가
한국노총이 협약을 파기한다고 당장 사업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노동계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현대차 측은 “광주광역시와 한국노총 간의 문제인만큼 사태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앞으로 차입 예정 4200억원에서 주주투자 초과분 620억원을 뺀 3600억원 가량의 추가 자금을 금융권으로부터 유치해야 하는데, 사업이 자꾸 삐걱거리면서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차 판매는 2012년 20만대를 정점으로 지난해 10만대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각종 보조금과 혜택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경형 SUV 10만대를 만든다 해도 판매가 원활할 지 의문이다.

폴크스바겐 '아우토 5000'도 실패
광주형 일자리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1999년 독일 폴크스바겐의 '아우토 5000' 프로젝트도 결국 실패로 결론이 났다. 유휴 설비에 정규직의 80%에 해당하는 임금과 주 35시간 근무를 제시했지만, 결국 반복된 임금 협상 끝에 임금 수준이 기존 정규직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 폴크스바겐측은 결국 아우토 5000 프로젝트를 자회사로 흡수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같은 일을 하면서 낮은 임금을 어떻게 관철할 지, 아마추어적인 사업 계획을 어떻게 구체화 할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해 당사자들이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려고 하지 말고 사업성 측면에서 광주형 일자리 계획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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