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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기준 졸속발표는 예고된 뒤탈···주고도 욕먹는 재난지원금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4/05 00:46

[취재일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란 위기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통하는 말이다. 정부는 돈을 거둘 때 만큼이나 풀 때도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발표를 둘러싼 정부 행보는 돈 푸는 데 한참 서툰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책을 발표했다. 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 기준선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자 3일엔 “올해 3월 건강보험료 납부 기준 하위 70%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바로잡혀야 할 혼선은 오히려 가중했다. 몇 가지만 정리해도 아래와 같다.

①직장가입자는 지난해 원천징수액, 지역가입자는 재작년 소득을 기초로 건보료를 매긴다.
②직장가입자는 집이 있더라도 소득 기준만 채우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역가입자는 같은 조건이더라도 자산을 따진 소득 평가액에 따라 건보료를 매겨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③지원 대상에서 빼겠다고 한 고액 자산가의 기준이 없다.

가가호호 사례로 들어가면 점입가경이다. 곳곳에선 “둘째를 임신 중인데 3인 가구 기준으로 받느냐, 4인 가구 기준으로 받느냐” “종합부동산세 내는 집 한 채는 있지만, 소득이 확 줄었는데 지원 대상이냐” “3월 말에 해고당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무리하게 추진한 만큼 예고된 뒤탈이었다. 첫 발표 직전까지도 나라 곳간을 다루는 기획재정부에선 ‘차등 지원’을 주장했다. 기준선도 소득 하위 50%로 낮았다. 하지만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다’는 식의 논란이 부담스러웠던 여당이 “답답한 소리 한다”며 찍어눌렀다. 예민한 기준선에 대해서도 기재부에서 “현재로썬 칼같이 자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역시 당ㆍ청은 “일단 급하다”며 밀어붙였다.

모로 가도 제대로만 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받아야 할 사람이 받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저소득층인 의료ㆍ생계급여 수급자(소득 하위 10%)의 경우 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포함한 소비쿠폰 140만원, 돌봄 쿠폰 80만원에 이번 재난지원금 100만원 등 320만원을 받는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더라도 어려웠거나, 원래 무직자가 상당수다. 복지 확대일 수는 있지만 돈을 푼다고 해서 소비를 일으키는 효과는 작다는 얘기다. 한 정부부처 예산 담당자는 “소비 진작이란 측면에서는 재정 집행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매우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이 소득 하위 50~70%에 들어가는 주 지지층인 30~40대 맞벌이 부부, 대졸자 등 중산층을 의식했다”며 “이들이 꼭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지, 받는다면 효과가 얼마나 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빨라야 5월 이후에야 나간다는 지원금이,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사람에게 풀릴지 의문이다. 이번 지원금은 이름 그대로 ‘긴급하게’ ‘재난 피해를 본 사람에게’ 줘야 하는 돈이다. 둘 다 아니라면 ‘총선용 선심 쓰기’란 지적을 들어도 족하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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