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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한류 의존형' 한국어 교육 한계 왔다

한국어 교사 태부족 현상은
교육 현장의 한국어 현주소
교육원 예산은 2만 달러 줄고
한국어진흥재단 직원도 소수
정부·단체 장기책 마련 절실


미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본지는 한국어 교사의 수급 문제를 2회(5·6일자)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표면의 현상을 보면 가주 교육부는 이중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그런 추세 속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학교 입장에서는 달랑 한국어 수업 하나만을 위해 풀타임 교사를 채용하길 꺼린다. 한국어 외에도 다른 과목까지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원한다.

물론 한국어 교사를 원하는 한인은 많다. 기사가 나간 후 본지는 물론 한국어진흥재단에도 한국어 교사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원자는 적다. 왜일까. 아무리 한국어를 가르친다 해도 정식 공립학교 교사 자격증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교사 지망생과 동일하게 '가주교사자격시험(CBEST)'과 '과목자격시험(CSET)'을 치러야 한다. 게다가 수업 진행 및 근무 환경 등 모든 것은 영어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어만 잘한다고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서 지원자는 의외로 적다.

한인 2세들은 영어에 불편함은 없지만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탓에 사실상 이중언어가 완벽한 지원자가 필요하다.

이런 토양에서 한국어 수업 개설, 한국어 교사 양성의 시급함은 한인 교육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슈다.

하지만, 그런 인식과 달리 현실은 취약하다. 한 예로 한국 교육부의 LA한국교육원 예산 현황을 보면 올해 한국어 보급 사업비 부분은 79만4200달러다. 이는 2016년(81만3000달러)과 비교해 오히려 줄었다.

비영리 단체로서 한국어반 개설 사업 등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어진흥재단은 직원이 3명도 채 안 된다. 공립학교에서 쓰이는 한국어 교재도 한국어진흥재단이 공식 발간한 '다이내믹 코리안(2009년 발간·점유율 62%)'이 거의 유일하다.

취재를 하면서 더욱 아쉬웠던 건 '미국에서 타인종이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인사회 내에서조차 2세들에 대한 언어 및 정체성 교육도 미비한 상황에서 타인종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면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한국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명분과 철학을 명확하게 세워두지 못하면 헛헛한 외침에 그칠 수 있고, 타인종을 상대로 한 한국어 교육의 생명력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어 교육은 주로 K팝 등 한류 인기에 편승해 그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역으로 보면 한류가 시들해질 경우 수요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한계를 품고 있다.

물론 한류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한국어는 아직도 '소수 언어'다.

한국어 교사 양성 프로그램의 이남희 교수(캘스테이트LA)는 "한 통계를 보면 미국 전체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1% 미만이고 '한국어를 배울 의향이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한 수는 2.5% 정도"라고 말했다.

언어의 저변 확대는 단지 문화의 영향력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현장에서는 한미 양국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과 경제 규모 등 모든 요소가 맞물려야 수요가 탄탄해진다.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한류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는 위험하다. 표면적 현상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 정책 수립을 위한 고민도 절실한 시점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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