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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윌리엄메리대 김경희 교수 "틀 밖의 모난 돌이 세상 바꾼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07 00:49

"책 사주는 엄마가 아니라 책 읽는 엄마가 돼야"
"암기왕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가 분명한 아이가 영재"
"정시 확대로 계층간 교육 불균형 더 커질 것"



창의력 교육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토런스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한 김경희 윌리엄메리대학교 교수.





‘부모의 계획대로 살고 성적에 집착하며 디지털 환경에 빠져 아이들의 창의력이 감소했다 ’ 2010년 미국 대표 주간지 '뉴스위크'의 커버스토리 ‘미국의 창의력 위기(The Creativity Crisis in America)’의 골자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정보 습득이 편리해지는 만큼 지능이 계속 상승한다는 ‘플린 효과’에도 불구하고 1900년대 이후 미국 아이들의 창의력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이 연구 결과는 창의력 선진국이라 자부했던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윌리엄메리대학의 김경희 교수가 미국 성인과 아동 3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김 교수는 또 지능지수 120은 돼야 창의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문지방 이론’을 뒤집고 지능이 높지 않아도 창의적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지능과 창의력의 관계 메타분석’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문지방 이론은 교육계에 있어 오랫동안 정설로 통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엔 세계 창의력 교육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토런스 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잠시 방한한 그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자녀 교육에 열광하는 한국 엄마들을 걱정했다. “한때 한국에서 유대인의 질문하는 교육법 ‘하브루타’가 유행한 거로 안다. 유대인 가정에서 5년간 머물며 관찰하고 연구해보니 유대인 가정에선 엄마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자연스레 아이들도 책에 관심을 가지고 같은 책을 읽고 질문과 대화를 반복한다. 반면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 대신 책을 읽거나 자녀에게 엄청난 양의 책을 사주며 읽으라고 하지 않을까? 아이에겐 질문할 만큼 머리에 지식이 없으니 만날 자기주장만 반복하는 토론을 한다. 교육법이 아니라 엄마의 의식이 우선 바뀌어야 한다.” 그는 이어 자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엄마가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경희 교수는






“’병든 세상을 고치라’는 식의 큰 꿈을 심어주기보단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고 성공해라’는 자기중심적인 비전을 요구하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들이 크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 아이도 자신이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자연스레 바뀌게 된다.” 김 교수가 말한 대로 그는 연구를 위해 유대인 가정을 5년 이상 연구했다. ‘엄마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가 내리 결론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 교수님이 생각하는 영재의 정의는 무엇인가?
"하나의 주제를 던졌을 때 그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견해를 A4용지 가득 채울 수 있는 아이가 영재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선행 학습’이 얼마나 중시됐는지 안다. 남보다 먼저 알고 먼저 배우는 건 어떰 이점이 있을까? 내가 보는 교육 현장은 ‘잘 외우는 싸움의 격전지’ 같다. 그 결과 유치원 때부터 경쟁만 하다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이 러시아·체코·슬로바키아에 이어 세계 4번째로 ‘타인의 성공을 싫어한다’고 답하는 결과를 얻었다. (2015년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시험을 통해 능력을 평가받고 출세했던 과거와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학교 영어 시험 문제를 본 적이 있는데 웃음이 나오더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변별력을 측정한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육에서 평가의 목적이 교육 습득이 아니라 단순히 줄 세우기라는 데 안타까움이 컸다. 아픈 말이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된 영재 교육을 보지 못했다."



Q : 영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크게 상상력과 비판력이다. 하지만 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두 가지 모두가 탁월할 순 없다. 비판적 사고를 잘하는 아이는 그에 비해 상상력이 조금 모자라고 상상력이 훌륭한 친구는 상대적으로 비판력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전문성 교류가 중요하다. 즉 서로 도와야 하고 이타적인 성품을 가지며 상대방과 소통을 잘하는 아이가 돼야 한다. “넌 그걸 잘하는구나, 난 이걸 잘하는데. 우리 같이 해보자”라고 말하는 아이가 훌륭한 어른이 된다. 아인슈타인에겐 친구 그로스먼이 있었다. 수학 계산을 그로스먼이 도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할 수 있었다.
상상력을 생각해 보자. 현재의 기술은 과학으로 만든 게 아니라 상상력의 산물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건 상상했기 때문이다. 불가능하고 황당한 질문과 견해도 말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Q : 부모와 교사의 역할을 말해달라.
"튀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교실의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교육 현장에선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 이 말 때문에 남과 다른 것이 부끄러운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면 곤란하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을 어떤 가치관, 어떤 비전으로 살아갈지 이야기해야 한다. 큰 꿈을 가진 아이 가령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생각하는 아이라면 굳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인성 교육은 교실이 아닌 가정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교실에 모든 걸 맡기는 건 곤란하다.
유대인의 경우 무조건 남과 다르게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또 우리 아이들이 자기 효능감을 가질 수 있게 부모와 교사들이 응원하면 좋겠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주고 작은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한다. 상상하게 하되 결과를 만들어 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건 상상했기 때문이다. 불가능하고 황당한 견해 또는 질문이라도 말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 생각에 제일 좋은 방법은 엄마들의 의식이 바뀌는 거다. 미국 노예해방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읽고 시민 의식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정치가 아닌 의식이 제도를 바꿔야 한다. ‘틀 밖에서 놀게 하라’ 역시 한국 엄마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 출간했다."


Q :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우리 학생들 참 열심히 산다. 그런데 ‘열심히’의 목적을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엇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졸업 후 기부하는 동양인은 드물다. 미국의 대학은 재정의 많은 부분을 졸업생 등의 기부로 채워진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열심히 산다면, 그것이 성공이라 생각하지 말길 당부하고 싶다. 사회는 시험이 아니다. 세상을 뒤집는 연구 결과,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열심히’ 공부하면 좋겠다."

“특목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를 활성화하는 건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시 확대는 실수입니다.” 김경희 윌리엄메리대학의 최근 우리나라 교육 개혁에 대한 평가다. 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아이의 입시 성적이 좌우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서울대의 경우 수시 비중이 높을 때 일반 학생들이 더 많이 입학했다. 결국 정시 확대보단 교육의 균등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처럼 학원과 지역의 편차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김경희 교수]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후 영어교사 생활을 하다 고려대 교육심리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영재 및 창의력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세계 창의력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런스 박사에 사사했다. 이후 이스턴 미시간대에서 조교수를 거쳐 현재 윌리엄메리대학교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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