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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치 윌리암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전 포트리고교 교사

지난 5월 26일 팔백칠십만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치 윌리암스가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에 섰다. 그는 자기 이름과 함께 자신이 루이지애나 배톤루쥐에서 왔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이자 프로듀서인 싸이몬이 “아치, 당신에 대해 조금 말해주세요” 라고 부탁했다.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번 만지고 난 그는, 그동안텔레비전으로 수도 없이 보면서 꿈꾸어온 그 무대에 서 있는 자신과 홀을 메운 청중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 그리고 말을 잇지 못하는 아치, 잠깐의 침묵 끝에 말을 시작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저지른 죄 때문에 37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청중과 심사위원들 모두에게서 아~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치 윌리암스는 1982년 12월 발생한 37세 백인 여성의 강간상해 혐의로 83년 1월 4일 체포되었다. 사실 그는 그 시간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하지만, 아치는 거대한 주의 권력에 대항하여 자신을 위해 싸워줄 변호사를 구할 돈조차 없는, 한 가난하고 어린 흑인 청년일 뿐이었다. 현장에서 나온 지문이 그의 것이 아니었음이 증명되었고, 세 명이나 되는 사람이 그가 그 시간 집에 있었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치는 83년 4월 21일 유죄판결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계속 아치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를 범인으로 지목할 것을 종용하였다고 전해진다. 피해자가 범인은 자신보다 키가 크고 가슴에 흉터가 있었다고 했으나, 아치는 그 여성보다 작았고 가슴에 흉터도 없었다. 결국 미국에서 가장 험한 감옥 중 하나로 알려진 앙골라 감옥에 종신형으로 수감되었을 때, 그의 나이 겨우 22살이었다.

“유전자 테스트가 나를 석방해 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무죄를 믿어주리라고 생각해서 그는 감옥에 들어간 첫날부터 만나는 사람에게 마다 도움을 부탁했다. 드디어 1995년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수감된 사람들을 도와주는 한 비영리단체가 그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나섰다. 거의 20여년에 걸친 힘든 싸움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2014년 현대화된 FBI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현장 지문을 재감식한 결과, 그 지문은 이미 사망한 연쇄 강간범의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3월 21일, 아치는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다.



험한 세월을 보낸 사람 같지 않은 따뜻하고 천진스런 얼굴로, 아치는 몸은 비록 감옥에 갔지만, 자신의 마음만은 감옥에 가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그 억울하고 긴 시간 동안 그를 지탱해 준 것은 바로 기도와 음악이었다고. 12살 때부터 동네 경찰 초대로 성인 밴드에서 노래했고, 감옥에서도 수감자들이 돈을 주면서까지 노래를 해달라고 할 정도로 음악 실력이 뛰어났던 그였다. 그런 커다란 무대에서도 긴장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5월 25일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일주일 후 한 잡지 편집장이 아치를 인터뷰했다. “인생은 우리가 느끼게 나름입니다. 누가 악하게 대할 때, 그것이 우리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나쁜 감정을 품고 있으면 나 자신이 먼저 무너집니다. 무죄임을 알면서도 나를 감옥에 넣은 사람들 때문에 악감정이 내 심장에 자리 잡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노래로 나의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했습니다. 앙골라 감옥의 권투선수들을 훈련할 정도였습니다. 운동하고 나서는 내 방에서 책을 읽다 자곤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 분노를 재울 수 있었습니다. 무죄인데 50년 넘게 거기 있는 사람들, 재검사할 증거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난 늘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를 믿고 신뢰하는 것이 모든 것의 비결이었습니다.”

엘튼 존의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 노래를 감옥에서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은 바로 그의 영혼의 노래가 되었다. 감옥에서 수천, 수만번 불러본 그 노래를, 그는 청중들의 요구로 무대에 다시 불려 나가 그 날 두 번이나 불렀다. “모든 걸 잃는 건 내게 해가 지는 것 같은 거야 내 머리 위로 해가 지지 않게 해줘.” “시간이 정지되고, 얼어붙은 인생 어느 지점의 사다리 위에 머물러 있는 듯한” 좌절과 체념의 노래를 부르며 감옥 생활을 견뎌야 했던 아치, 하지만 그에게는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오디션 다음 날, 원곡자 엘튼 존이 전화를 직접 걸어, 그의 다음 미국 무대에서 그 노래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는 지금 이미 여기저기 무대에서, 오직 그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고 있다. 그의 삶 자체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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