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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의 아메리카 아르니카 11] 코로나19 사태와 9월 학기 개학

지금은 조지 플로이드 소요 사태로 온 나라가 정신이 없지만 엊그제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미 전역이 개학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계속 집에 붙들어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다시 학교로 보내자니 백신과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 감염과 재확산이 두렵다.
미국 50개 주 대부분의 초·중·고교와 대학들은 지난 3월부터 모든 수업을 원격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름 학기와 가을 새 학기 대면 수업에 대한 논란과 찬반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 학기는 몰라도 가을 학기에는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
마침 워싱턴포스트는 며칠전 인터넷판 기사로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한국은 어떻게 학교를 다시 열었나’라는 제목으로 9장의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했던 학교가 최근 개교를 시작했다”면서 “이 사진들을 보면, 학생과 교사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고 전했다.
9장의 사진에는 지난 20일부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등교에 들어간 학교의 교실과 식당, 수업장면 등이 담겨있다.
아크릴판 투명 칸막이가 세워진 어느 고교 학생들의 급식 현장, 손 소독제 등 방역 물품들이 학생 개인별로 지급돼 있는 서울 초 교실, 교사와 모든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위생교육을 받는 제주의 고교 교실, 교실 입실 전 ‘물리적 거리두기’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대전의 고교 학생들 모습 등이 고스란히 사진기사로 보도됐다. 학교 개학도 한국이 세계와 미국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
한국은 5월 20일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를 열고 있다.
한국 교육부는 "교원·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교원의 76.9%, 학부모의 85.0%가 어렵더라도 학교문을 여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일부터 중·고등학교는 고학년부터, 초등학교는 저학년부터 등교를 시작했는데 오늘 27일 전국의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긴장감 속에 올해 처음으로 등교했단다.
이날 서울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한 줄 서기’를 위한 콘이 세워졌고 아이들은 “마스크 꼭 써야 한다”는 부모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자 반가운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단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첫날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선생님의 인솔하에 1m 간격으로 줄지어 나와 학부모 대기소에서 손을 흔드는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뛰어갔다.
등교 개학, 대면 수업의 재개는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경제활동 등을 정상화한다는 가장 가시적이며 상징적인 조처다. 이 때문에 조속한 정상화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부 내 보건 전문가가 계속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달 중순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당신들이 절대적으로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다시 열기를 원한다. 학교들이 닫혀 있으면 우리나라가 복귀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문을 열자는 쪽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특히 집에서 가르쳐주는 부모가 없는 빈곤층 아이들이 1년 동안이나 배울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젊은층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낮다는 점도 한 이유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무증상인 채로 가족에게 전파해 ‘세컨드 웨이브’를 가져올 수 있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나라의 먼 미래보다는 현실의 안전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말을 따르면 9월이 아니라 내년에도 학교 문을 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각 주와 지역들은 각자 상황에 맞춰 대처하고 있기는 하다. 감염자가 적은 몬태나주의 경우 지난 7일부터 지역별로 학교 문을 열 수 있도록 했고 많은 학교가 열었다. 문 손잡이 소독과 손세정제 제공, 운동장 출입금지 등이 수반되고 있다. 아직 큰 변동이나 감염사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유럽의 개학 실험도 제각각이다. 독일과 헝가리는 학년말 시험을 보는 고학년부터 개학에 들어갔다. 독일의 일부 고등학교에는 운동장에 학생들이 직접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됐단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극심했던 프랑스는 가정 내 방치·학대 우려가 큰 유치원생과 저학년부터 등교시켰다가 70곳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발생해 개학을 취소하고 다시 방학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수업이 진행 중이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4월 중순부터 학교를 다시 열었는데, 수천명의 부모들이 감염을 두려워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지만 점차 출석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초중교 교사 중 20%가 올해 9월 학교가 다시 대면 수업을 시작하면 업무 복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80%는 복귀하겠다는 얘기다. 학부모들 중 60%는 학교가 정상화되더라도 원격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지만 소셜 디스턴싱을 강조하고 준수하는 조건에서의 대면 수업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나라의 대계를 위한 일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문화혁명이 중국을 20년 후퇴시켰다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그때 중국의 학교는 모택동 어록만 가르쳤고 공자도 불태우면서 정치집회만 했다지 않은가. 늦어도 가을에는 학교가 정상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교육은 미국 소프트파워의 1번지 아닌가. 두려워하면 지고 설레면 이기는 법이다.

* (필자 주) 아메리카 아르니카는 ‘아메리카를 아십니까’ 또는 ‘아메리카를 알고 있으니까’의 라임(rhyme)을 맞춘 제목이다.


* 안동일 재외동포저널 이사 / 뉴욕 AM 1660 K 라디오 방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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