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미국에서도 좋은 아버지

미국에 오던 첫 해에 동네 놀이터에 나갔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꼬마들과 같이 놀면서 한국에서는 하지 않던 수고를 한다는 느낌에 무언가 좋은 아빠가 되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놀이터에 온 미국 아빠들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오르는 걸음마다 박수를 치고, 모래 위에 같이 뒹굴었습니다. 심지어 옹알이를 할 때마다 눈을 맞추고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꼭 천천히 녹는 초콜릿처럼 “스윗”한 아빠들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자녀들을 위한 뿌리가 되고, 사랑으로 교육하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 기독교는 여기에 더하여 아버지는 자녀들을 위한 축복의 통로라고 가르칩니다. 생물학적, 사회적 뿌리를 넘어서 아버지를 통해 믿음과 소망을 품고 사는 축복이 대를 이어가고, 자녀들은 아버지를 통해 사랑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 가족의 의미입니다.

그래도 미국에서 좋은 아버지 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항상 바쁘고, 때에 따라 따끔하게 자녀들을 교육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여기 미국에서는 어렸을 적엔 모래에서 같이 뒹굴고, 18세가 되면 멋있게 떠나 보내는 이들이더군요. 같은 상황이라도 한국에서는 아버지에게 말대꾸하는 장면이 여기서는 자신의 주장을 서로 나누는 일이 되니까요. 가족을 위해서 이민 왔다고는 하지만 한국 아버지 아래서 자란 우리들이 미국에서도 좋은 아버지가 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것도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은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것입니다. 말로 가르치는 내용보다 가족들에게 전하는 목소리를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 자신이 골을 넣은 경기보다 자신을 위해 응원하느라 목이 쉰 아버지에게서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깁니다. 아버지의 성공이나 성취보다 어려운 순간을 버티어 내며 부르던 아버지의 노래를 더 오래 기억합니다. 그리고 무심한 듯 성탄절 자선냄비에 동전을 넣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인간미를 배울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많은 한인 아버지들이 신앙을 지키고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느 통계든 한인의 절반 이상은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동료들과 어울리느라 아버지 얼굴보기 힘든 한국보다 더 많은 아버지들이 교회에서 집사님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일하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보겠지요.

여름 휴가 기간에 어려운 나라를 방문하여 돕고 선교하는 아버지들이 많고, 성가대에서 서로 화음을 맞추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는 아버지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완벽한 아버지가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신앙을 삶으로 옮기려고 애쓰기를 계속한다면 좋은 아버지들이 아닐까요?

아버지의 귀한 역할 중의 하나는 어른의 모델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내가 자라면 어떤 아버지가 될지, 혹은 어떤 남편을 만날지를 꿈꾸게 하는 일입니다. 한인가정에서 자라는 우리 자녀들은 어른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엔 폭이 좁은 환경 가운데 있습니다. 친척도, 선생님도, 이웃도 많은 한국과는 다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자녀들을 위해 함께 어른이 되어 주고, 함께 아버지들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이민교회가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야 하는 사명이 여기 있습니다.

또 아버지날을 맞이하네요. “좋은” 아버지란 말은 아직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미국에서 “좋은” 아버지 되기는 더욱 어렵고요. 그럼에도 작년보다 더 좋은 축복의 통로가 되는 아버지가 되고픈 마음은 저를 다시 행복하게 합니다.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