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길 위에서
시월 빛을 따라 북으로 버몬트로 달려가는 길들 숲을 따라 길들이 이어진다
큰길 오솔길 산길 하늘 길까지
끝없을 것 같은 저 길들도
끊기듯 부러지듯 어디선가는 끝이 날 것이다
햇살만 무심히 뒤따라오는 하늘, 구름 한 점이 없다
너는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니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건 아닐까
밀려나는 저 풍경들처럼
반쯤 숨 멎은 채 흘러가는 이 길을
그냥 걸어야 하는 지
어딘가에 또 다른 두 갈래 길 있어
가뭇없이 걸어온 길 뒤로 하고
다시 시작해도 늦은 건 아닌지
보름이 되기엔 아직 이른 낮달에게 묻는다
아니, 잠들기 전 먼 길 떠나야 한다*는 그를 만나 물어야 한다
흔적 없이 사라진 자작나무 대신
허리가 동강난 채 혼자 서 있던 사과나무
아무도 가 보지 못한 땅에서
붉게 익은 시구詩句들이
우두둑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길은 아직 멀다
*Robert Frost,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임혜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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