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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위에 공들인 中…무역협상 내내 '4-4-2 전략' 썼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1/15 21:24

트럼프 공략 위해 사위 쿠슈너 채널 확보
주미 중국대사가 연결 고리 돼 백악관 탐색
협상 기간 미국이 내놓는 요구 사항 중
40%는 받고 40%는 협상 가능하지만
20%는 국가 안전 내세워 담판 불가 고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며 “역사적 합의”라 환호했지만, 중국의 속내는 안도감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복잡한 모양새다. 일단 확전을 막기는 했으나 손실이 적지 않고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중 무역 1단계 합의문을 들고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워싱턴에 가 서명식에 참여하지 않은 게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와 서명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시진핑 특사’라는 타이틀도 갖고 가지 않았다.

그래도 중국은 우선 무역전쟁의 1단계 합의를 성과로 포장한다. “중·미 합의는 힘들게 얻은 것으로 귀하게 여기고 축복해야 한다”는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의 16일 사설 제목이 이를 잘 대변한다.

중국이 성과로 꼽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의 거센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중국이 끝까지 버텼다는 점이다. 대국으로서의 중국 체면을 지켰다는 이야기로 이번 합의는 미·중이 서로를 완전히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타협한 결과라 설명한다.

두 번째는 이번 합의로 미·중 무역이 더욱 확대되고 양국 시장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자는 디커플링 목소리를 잠재우는 것이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세 번째는 협상이 중간에 파탄까지 가는 곡절이 있었지만 끈질긴 접촉과 담판으로 마침내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중·미 양국에 많은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대화의 정신을 되살린다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다.

환구시보는 따라서 이번 합의 결과를 놓고 누가 이겼다 졌다를 말하거나 어느 부분에서 이기고 졌다를 논하는 건 천박한 사유라고 주장한다. 지난 22개월 동안의 싸움을 통해 서로의 능력과 의지, 마지노선을 확인했기에 시간만 낭비한 전쟁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눈에 띄는 건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전하는 중국의 대미 담판 전략이다. 중국이 일관되게 가동한 건 두 가지로 첫 번째는 트럼프 공략을 위해 사위 재러드 쿠슈너 미 백악관 선임 고문과 확고한 채널을 구축한 점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협상 전략 중 하나는 상대 진영에서 중국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들어줄 영향력 있는 인사부터 확보하는 것이다. 그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의 남편인 쿠슈너가 낙점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무역합의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슈너는 과거 미·중 관계 책임자로 첫 번째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준비하기도 했다. 또 백악관 내 인사 교체가 잦지만, 쿠슈너는 바람을 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쿠슈너를 상대할 중국의 고리 역할은 주미 중국대사인 추이톈카이(崔天凱)가 맡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중국 사업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여러 호의적인 조처를 한 건 주지하는 바와 같다. 쿠슈너는 중국의 기대에 부응했다. 중국은 그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쿠슈너는 또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합의에서 미국은 12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 온 관세율 15%를 7.5%로 줄이기로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당초 10%로 내리는 걸 고집했는데 쿠슈너가 개입해 7.5%가 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협상 기간 내내 고수한 또 하나의 전략은 축구 포메이션 같은 4-4-2 원칙이었다고 한다. 미국이 어떤 요구를 내놓으면 40%는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40%는 협상이 가능한 것으로 말하며 나머지 20%는 담판 불가라고 못 박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중국이 받아들이는 40%는 어차피 중국의 개혁개방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 설명을 다는 반면 담판 불가의 20%는 중국의 국가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는 이유를 달았다. 문제는 이 20%가 미국의 매파가 가장 관심을 갖는 사항이었다는 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합의를 뒤로 한채 17일부터 이틀간 미얀마 방문에 나선다. 미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일대일로 전략 추구를 위해서다. [AP=연합뉴스]





예를 들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한층 더 개방하는 문제와 같은 것이다. 이 같은 4-4-2 원칙을 토대로 중국은 이번 합의에서 세 가지 방향을 추구했다.

첫 번째는 미국 농산물을 확대 구매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선 표심 잡기를 돕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합의 이행 점검과 금융 시장 개방 확대다. 이행 체크는 라이트하우저 관심 사항이었고 금융 개방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의 요구 사항인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세 번째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미 협상 대표인 라이트하우저와 므누신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상태에서 미국에 대폭적인 대중 관세 철회와 축소를 요구한다는 것으로 1단계 합의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중국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미국이 없던 관세를 들고나와 중국을 압박하며 농산물 추가 구매, 금융 시장 개방, 미국 기업의 기술 강제이전 금지 등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이후 2단계 협의에선 미국이 중국의 산업 보조금 지급 등과 같은 불공정 경쟁 문제를 시정하라고 더욱 거센 공세를 취할 게 뻔한 상황이다. 중국은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시진핑 주석은 1단계 무역합의를 뒤로 하고 1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미얀마 방문에 나선다. 중국 주도의 성장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서다. 미국의 거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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