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최선호 역사칼럼] 백인 우월주의의 표상 KKK

세계는 지금 글로벌 시대를 외치면서 인종간의 벽을 허물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 인간 사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종 차이에 대한 의식의 발전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축구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유색인종 선수에게 바나나를 던지는 것이 가끔 보인다. 이는 유색인종을 아직 진화가 덜 된 원숭이라고 여기며 멸시하는 행동이다. 새로이 자라나는 세대로 내려가면서 인종에 대한 의식이 개방될 것이라던 우리의 기대는 슬며시 사라져 버린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아직 인종차별을 둘러싼 마찰이 전과 크게 다름이 없다. 미국에는 KKK라는 단체가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며 아직도 건재하며, 그 세력을 과시하고기도 한다. 그들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KKK는 남북 전쟁이 끝나고 곧바로 생겨났다.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나고 남부의 노예가 해방되면서 남부 지방에서는 우후죽순처럼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이 생겨났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KKK이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5년에 테네시의 플라스키에서 6명의 전직 남부군 장교들이 모여 결성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남부군 총사령관 출신인 로버트 리(Robert Lee) 장군을 우두머리로 모시려고 했으나, 거절당하자 네이선 포레스트(Nathan Forrest)라는 전직 남부군 장군을 두목으로 영입했다. 이때부터 세력을 급속히 확대한 이들은 남부 전 지역에 지부를 두었다. KKK라는 글자는 Ku Klux Klan의 머리 글자이다. 원래 그리스어의 키클로스(Kyklos)라는 단어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도 있고,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 나는 소리를 나타냈다는 주장도 있다. Klan은 영어의 Clan(씨족)에 해당하는 그리스 말이다. Kyklos는 둥근 원을 뜻하는데, 아마 옛날로 되돌아가 노예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옛날을 그리워하는 족속’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많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 중에 이들이 가장 크게 눈에 띄게 된 것은 이들의 폭력과 잔인함 때문이었다. 전직 남부군, 목사, 변호사 등 사회 지도인사들이 적극 주도한 KKK 단원들은 뾰족한 두건을 쓰고 흰 가운을 입고 돌아 다니면서 유색인종에 대해 구타, 방화, 살해, 성폭행을 저지르며 공포를 조성했다. 이들의 주된 표적은 흑인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대인을 포함한 카톨릭 신자, 동성애자, 신규 이민자로 폭력 대상이 확대되었다.

KKK의 폐해가 심해지자 1871년에는 연방의회가 연방법을 만들어 이들의 활동을 규제하기 시작하므로 이들의 활동이 수그러들었다. 새로 제정된 연방법의 효력이 있기도 했지만 이때는 남부군 출신들이 남부 각 주정부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블랙 코드(Black Code) 혹은 짐 크로우(Jim Crow) 법을 만들여 흑인들을 공식적으로 차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므로 굳이 KKK가 설칠 필요가 없어졌다고 본다. 이때는 흑인들을 분리는 하되 평등하기만 하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이론을 내세워 인종분리(Racial Segregation)을 공식화하는 짐 크로우 법을 시행했다.



고개를 숙였던 이들은 1920년대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다시 세력을 불리게 된 원인은 대량의 이민자들이었다. 이 당시에 미국에 유대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이민자가 많이 들어 왔다. 유대교와 카톨릭 신자에 대한 종교적 반감 때문이었다. 세력을 확대한 이들의 숫자가 전국적으로 400만을 넘었었다. 그후 KKK 내부 권력다툼, 성추문 등의 문제로 이들의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듯하다가 1960년대 흑인 차별 철폐 움직임에 반발하여 다시 이들은 다시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전매 특허인 살인, 폭행이 난무하기도 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들어서서 연방정부의 단속으로 이들의 세력은 크게 약화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해서 KKK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전국적으로 독립된 개별적 분파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전체 회원이 70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개 이들은 백인들을 위한 민권운동이란 캐치프레즈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백인들이 유색인종 때문에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의 뜻이다. 2017년의 샬로츠빌(Charlottesville) 사태에서 보듯이 KKK는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 주고 있으며, 그 세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인종의 차이를 인격의 차이로 몰고가는 인간의 비열함은 아직도 계속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