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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나답게 산다는 것

수필가 김혜경

투명한 햇살에 눈 부신 아침이다. 알람 시계 소리처럼 시끄럽게 지저귀던 새소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를 대신 하는 커피 향, 뒤 숲을 바라보기 위해 방금 내린 커피로 한가득 채운 머그잔을 들고 살금살금 선룸(Sunroom)으로 나간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더니, 언젠가부터 우리 집 뒷마당에서도 나름 자연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날개를 파닥이며 숲 사이를 빠져나온 새들이 베란다 담장 위 물그릇에 몸을 담갔다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면,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려와 주뼛거리며 물그릇 가까이 다가갔던 다람쥐들이 두 손을 비비며 그 자리에 서 있다.

명상이란 허울로 넋 놓은 듯 앉아 있다가 문득 고개 드는 시장기에 브런치 생각이 들 때 즈음이면, 들고양이의 밥그릇을 넘보는 이웃집 강아지가 슬근거리며 나타나고, 그 모습에 놀란 새들과 다람쥐는 자기네 영역을 침범당한 듯 안절부절 부산을 떨다가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진다. 뒤뜰에 다시 내리는 고요함에 또다시 몽상에 빠지는 아침, 내 마음에 차오르는 행복감이 달짝지근하다.

지금 나는 나답게 사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보는 것. 사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혹은 타인의 환호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존재하는 어떤 것을 찾아내어 음미하는 것. 그래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다움을 찾아내어 나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 이런 것들로 내 삶이 달라져 있는 걸까.



아직도 나는 삶의 철학을 온전히 알지 못하지만, 나답게 사는 것이란 적어도 내 삶 속에서 자유로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느끼는 만족감에서 시작된 생각이겠지만, 가면을 벗고 좀 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살았더라면 정신적인 만족감을 누리며 더 멋지게 세상을 살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생긴다. 그래도 그렇게 살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에 마음늘 놓는다.

요즘은 서로 적응하지 못하는 할머니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드문 일이지만, 자신의 처지를 실제보다 더 불행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생길 수 있는 다툼이다. 자신이 만든 감정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혼자 자기 입장만 생각하니 별 것 아닌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남과 분란이 생기니 마음은 점점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가족으로부터 격리된 소외감,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자기 생각과 믿음으로 용납할 수 없는 현실, 늙음의 열등감에서 얻은 자학적인 우울감, 이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남들과 쉽게 소통할 수가 없다.

대부분 사람은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호감이나 불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교류다. 굳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마음에 와닿는다. 물론 제각각 다른 취향을 갖고 있어서 좋은 느낌을 받는 것이 각기 다르겠지만 부정적인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볼 때마다 언짢은 표정으로 잔소리를 하거나 고집을 피우는 사람을 누가 가까이하고 싶을까.

세상의 오해는 남들도 모두 나와 같을 거라고 믿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내가 이러하니 상대도 이럴 것이라고 믿었던 마음에 틈이 생기면 실망과 미움이 스며든다. 세월 탓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이가 들면 남의 마음을 명확하게 이해하거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내 머리가 더 굳어지기 전에 여유롭고 자신 있게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나답게 산다는 것. 나다운 것이 뭔지 모르면서 어찌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고, 남과 내가 다름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더 늦기 전에 한번 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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