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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칼럼] 샬롯츠빌에서 배우는 과거와 현재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1 15:34

보름 동안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여행하고 돌아와 여독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데 다시 가방을 챙겨서 버지니아주의 샬롯츠빌로 왔다. 이곳에 있는 고위공무원연수원에서 한달 교육을 받는 딸을 돕기 위해서다. 연수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고옥의 일층을 빌려서 이제15개월이 되어가는 손자와 함께 24시간 생활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꽉 찬 스케줄을 가진 딸은 중간에 잠시 연수원을 나와서 아이를 보고 모유수유를 한다. 만사에 관심이 많고 뛰듯이 걷는 아이와 한여름의 무더위에 싱싱한 숲과 나무의 그늘을 찾듯이 샬롯츠빌의 볼거리를 방문하면서 이 도시와 사귄다.

샬롯츠빌은 블루리지 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인구5만의 아름다운 소도시다. 버지니아대학이 중심으로 젊은 기운이 넘치고 초기의 미국 대통령들,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4대 대통령 제임스 메디슨과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문화도시다.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고 제임스 메디슨은 헌법의 기초가 되는 모든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리고 제임스 먼로는 이 모든 것을 국가 운영에 실제로 적용시켰다.시청의 벽에 세 사람의 동상이 함께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듯이 신생국 미국의 기반을 잡는데 제각기 큰 공헌을 한 이들은 주민들의 자랑이다.

정계를 떠나 고향에 돌아온 토마스 제퍼슨은 버지니아대학을 설립하고 프랑스에서 몇 년 살며 봤던 인상 깊었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대학 건물을 직접 디자인하고 건축했다. 워싱턴DC에 있는 제퍼슨기념관에서 정치인을 봤다가 버지니아대학의 교정을 보며 놀라고 다시 가까운 산 정상에 그가 짓고 살았던 집, ‘몬티첼로’를 찾아보고 감탄했다. 고딕 건축이 아름다운 버지니아 대학 건물들과 몬티첼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아래 전시실에서 여러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열정적인 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의 영혼이 스며있는 집을 찾아가서 안내자의 소개로 그가 세심한 부분까지 관심을 줘서 디자인한 내부구조를 따랐다. 안내자는 생전에 그가 절친과 어떻게 지냈고 또한 정적과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당시의 스토리를 보태서 토마스 제퍼슨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동서남북으로 많은 창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온 확 터인 밖의 정경에 눈이 부셨다가 저택을 나와서 넓은 정원을 거닐었다. 화사한 꽃과 나비와 만나고 봉숭아를 보니 반가웠다. 붉고 화사한 꽃들이 소담스럽게 많이 폈다. 예전에 봉숭아 꽃을 이겨서 손톱에 놓고 잎으로 감싸서 실로 묶어두면 손톱이 아름답게 물들던 기억이 나서 하늘을 보니 92도 더위가 휘청거리게 했다. 그때 아래 언덕의 텃밭에서 분주하게 농사를 짓거나 온갖 노역을 도맡아서 하던 수백명 노예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사실 몬티첼로 건물도 노예들이 건축했다. 본채와 이어진 남과 북 지하통로의 남쪽 어귀에 주인과 함께 살며 아이를 낳았던 흑인노예 샐리 헤밍스의 특별전이 열리는 현실이 변한 사회환경을 부각시켜준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다 중간쯤에 있는 그의 묘지에서 잠시 멈췄다. 많은 자손을 거느리고 영원히 안식하고 있는 그의 집안 묘역을 한바퀴 천천히 돌면서 생각한 것은 과거의 사람은 과거의 환경에서 이해해야지 현재의 안목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주장한 공적 인물과 600명이 넘는 노예를 소유했던 사적 인물이었던 그의 삶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에도 영향을 준다. 건국 초에 흑인 노예를 소유했던 농장주였던 백인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은근슬쩍 주인 노릇을 하는 사회환경에 얽힌 복합적인 이슈들이 봇물 터지듯 노출된 사건이 작년에 이곳에서 일어났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노골적인 등장과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그룹이 충돌해서 일으킨 유혈사태의 일주년 주말에 샬롯츠빌의 다운타운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로 묘한 분위기였다. 일요일 정오쯤 경비가 해제되자 비로소 자유롭게 버지니아대학의 교정을 구경했고 다운타운도 찾았다. 별탈없이 주말을 보내며 감사했지만 이곳도 내가 사는 앨라배마와 다름없이 인종차별의 고질병을 가진 남부임을 인식했다.

샬롯츠빌의 푸른 숲과 아름다운 정원을 많이 찾았다가 모기나 벌레에 물려서 훈장처럼 자국을 잔뜩 얻었다. 즐거움에 지불한 고통이다. 그리고 몸은 피곤해도 샬롯츠빌에서 배우고 아이로부터 얻는 싱싱한 에너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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