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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 교회에서 암흑 속의 선교지로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21 15:35

“한인교회들이 에너지를 교회 안에서
소모하지 말고, 곤란과 암흑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원주민들을 방문해
섬기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해본다”

과테말라 단기 선교를 다녀왔다. 과테말라는 국토의 중심이 해발 5천~6천피트에 달하는 산악 지역이다. 이 가운데 우뚝 솟은 화산 봉우리들은 1만 피트가 넘어 보통 해발 3천 미터가 훌쩍 넘는 산악지역이다. 착륙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수도 과테말라 시티도 해발 5천피트 고산지대의 도시답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원지대인데, 곳곳에 무저갱같은 계곡이 있다. 계곡 절벽을 따라 빈민 판자집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도시 전체가 대부분 양철 지붕이다. 선교팀은 공항에서 다시 해발 6천 피트가 넘는 산맥 줄기를 두개 넘고 넘어, 버스로 5시간이 더 걸려서야 북부 산간지대에 있는 ‘꼬반(Coban)’이라는 지방 도시의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7박 8일 일정의 짧은 단기 선교 기간동안 뭘 하겠느냐마는 전혀 알지 못하는 현지인들과의 만남은 항상 가슴이 설레인다.

선교는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므로, 기대감은 항상 큰 편이다. 고산지대라 아침 저녁으로는 화씨 50도로 떨어지고 산맥을 올라갈 땐 공기가 서늘하고 건조하다. 산맥 사이의 분지 지대를 통과할 때엔 화씨 97도에 습도도 9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기온과 습도가 지형에 따라 롤러코스트 타듯 다르다. 수천년간 찬란하고 광대한 문명을 이뤘다가 16세기에 스페인 원정대에 의해 신종 바이러스(천연두와 홍역 등)로 떼죽음당하면서 문명이 몰락한 후 살아남은 이곳 마야 원주민들의 삶은 고달프다. 주식은 옥수수를 물에 불려서 가루로 만들어 만든 빈대떡인 ‘또띠야’다. 또 바나나를 집 주변에 심어 바나나를 구워서 먹는다. 그래서 바나나 나무가 많은 곳에는 주변에 판자집들이 있다. 경사 60도는 되어 보이는 해발 5천~6천피트의 가파른 산들은 중턱부터 봉우리까지 산 전체에 옥수수로 덮여있다. 가까이 보니, 곳곳에 돌이 많고 바위투성이지만, 촘촘하게 옥수수를 심어놨다. 옥수수가 온 산을 뒤덮고 있다. 또 커피 재배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 벅스’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곳이 과테말라다.

꼬반 숙소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2시간여 들어가서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를 따라 원주민 마을을 찾았다. 우리가 찾은 원주민 마을 4곳 가운데, ‘뺑퀴시’(Panquix)라는 마을은 댐건설로 원래 마을이 수몰된 뒤, 해발 2500미터가 넘는 산등성이 급경사 지역에 27가구가 임시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다.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에서 지난 5년간 매년 단기선교팀이 방문했던 곳이다. 전기가 없고, 우물도 수돗물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자녀 4~5명 정도를 두고 있는 20~30대 여인들은 외모상으로 50대처럼 보이고, 40대 남성은 고된 노동으로 인해 칠순 노인처럼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파이고 늙어보인다. 병원이나 치과 혜택을 못받아 치아가 거의 없다. 이곳에, 연합교회 선교팀이 영양공급을 위해 젖염소를 제공했고, 마을 협동 조합 결성을 위해 공동 축사까지 지어줬다. 또 마을 어귀에는 교회당 건물을 짓도록 지원해 예배와 찬양,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서 마을 제일 꼭대기에 있는 학교와 옆 마을회관 그리고 교회에 전기불이 들어오도록 했다. 또 마을 꼭대기에 빗물 저장탱크를 설치하고, 27개 각 가정에 플라스틱 파이프로 수돗물을 공급해 생활 혁명이 일어나도록 했다.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공급받고, 지금은 선교팀과 연합 교회의 도움에 힘입지만, 장차 한국의 새마을 운동처럼 27개 가정이 단합해서 근면, 자조, 협동으로 잘 사는 마을이 되길 기도하며, 매년 방문해 돕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는 무엇보다 마을회관에서 협동조합 구성과 운영에 대한 프리센테이션을 갖는 타운홀 미팅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청장년 남녀 20여명이 둥글게 의자에 앉아서 질서 정연하고도 진지하게 경청하고 질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이곳을 방문해온 선교팀장이신 장학근 장로님의 말씀으로는 이런 모습이 처음이라고 하셨다. 선교팀의 지난 5년간 꾸준한 섬김과 생활 변화로 인해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의식의 변화까지 일어나, 이런 모임까지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들의 이런 삶의 변화의 모습이 인근 각지에 소문이 나서, 두 마을에서 마을 촌장(추장)이 자기네 동네에도 와서 교회를 세워주고, 생활 개선 프로젝트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당일 예배 시간이 끝난 뒤 현지 원주민에게 안수 기도를 해주는데 어느 초로의 노인이 유달리 “아멘! 아멘!”하길래 알아봤더니, 차량이 갈 수 없는 지역인 댐 상류지역 마을에서 걸어서 30분, 배를 타고 20분 걸려서 온 올해 67세 된 촌장이었다. 30여 가구가 사는 오지의 마야 원주민 마을의 촌장인데, 이곳 마을처럼 자기네 마을에도 교회를 세워달라는 부탁을 하러 온 것이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라는 마태복음 5장14절의 말씀이 이 산동네에서 실현된 것이다.

과테말라의 도시들은 매연과 온갖 오물 냄새에 뒤덮인 한국의 1960년대 말을 경험중이다. 그러나 고산지역 곳곳에 살고 있는 마야 원주민들은 아직도 공용어인 스페인어를 알지도 못하고, 전기도, 우물도, 화장실도 없는 19세기의 삶을 살아가고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 우리 한국인 선교사님들이 섬기고 있으나 이제 이들마저 고령화(70세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미주 한인교회들이 이제 우리의 시선을 들어서, 우리의 에너지를 교회 안에서 소모하지 말고, 곤란과 암흑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까운 선교지 원주민들을 방문해서 섬기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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