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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희 음악칼럼]이번 여름 한국에 가신다면

“한국에서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괜찮은 곳 어디 없을까”라며 모처럼의 고국 방문에 알찬 일정 조율이 한창인 지인에게 한국 전통예술의 종가, 국립국악원을 소개했다.

1948년, 이념 대립 등의 혼란한 시국에도 대한민국의 제헌 국회는 외래 문화의 급격한 유입에 대응해 민족음악의 장려를 위해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를 국영화하여 국립국악원으로 개원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그리고 1951년 한국전쟁 중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국립국악원은 개원했다. 그렇게 국악원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 했지만, 문헌상의 기록을 통해 훨씬 오랜 연원을 알 수 있다. 신라의 음성서(音聲署)에서 비롯된 국가음악기관은 고려의 대악서(大樂署)와 관현방(管絃房), 조선의 장악원(掌樂院)을 거쳐 일제강점기에는 이왕직아악부로 이어졌다. 따라서 국립국악원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1400여년이라는 유구한 역사의 국립예술기관이다.

이렇게 오랜 역사와 전통의 국악원은 한국 전통음악의 여러 장르를 온전히 보존하고 계승하여 연주할 뿐 아니라, 교육하고 보급하며, 연구하는 등 한국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기관이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자생적으로 생동하는 문화계에서 국가 기관의 영향이 모든 음악문화에 이를 수는 없겠으나, 국악원은 ‘건강하고 역동하는 국악 생태계를 위한 플랫폼’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래서 국악원에 가면 한국의 궁중음악에서부터 조선 지식인층의 풍류음악, 민간 예술가들이 꽃피운 민속음악, 그리고 20세기 이후 서양음악과의 교류를 통해, 인접 예술과의 접목을 통해 현대적으로 작곡된 현대 국악까지 한국음악의 전반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국악원에 앞서 그 전신인 이왕직아악부가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예(禮)와 악(樂)을 근본으로 하여 나라를 다스리고자 했다. 따라서 왕조 시대의 음악은 국가 의례와 각종 왕실 행사에서 상징적으로 연주되었다. 그러나 조선 왕조의 몰락과 함께 한국 궁중음악의 뿌리 깊은 전통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이왕직아악부의 음악가들은 전통의 온전한 보존과 시대의 흐름 사이에서 균형추를 찾으려 했다. 그들은 조선 장악원의 전통을 잇는 한편, 연주 형태를 재편하고 외부의 음악가와 교류하여 그 음악을 제도권 음악으로 수용했고 후진들에게 서양음악도 교육했다.



그리고 궁중 안에서만 존재했던 오랜 음악을 일반 시민들에게 방송과 음반, 연주회를 통해 공개한다. 그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음악적 지형을 넓혔을 뿐 아니라 의례음악 또는 사랑방의 풍류음악으로 존재했던 이전의 음악 전통을 무대 위의 근대적 예술음악으로 재탄생 시켰다. 흔히 ‘국악’ 하면 판소리, 민요 등의 민속악을 떠올리는 것이 여전히 일반적이지만, 한국음악에는 이렇게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오랜 음악의 전통적 형태를 간직한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또한 존재한다. 이들 음악의 전승에 있어 이왕직아악부와 국립국악원으로 이어지는 국립예술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말이 그러하듯, 음악 역시 한민족의 정신을 담는 또 하나의 그릇이다. 한국의 궁중음악은 아픈 역사 속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한 시대에도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려 했던 정치가들과 음악가들이 있었다. 이왕직아악부에도 친일과 반일이 공존했겠지만, 그들이 전승한 한국의 고유한 음악유산 만큼은 이제 한국을 넘어서 인류가 보존해야 할 오롯한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여행지에서 그 나라, 지역의 박물관을 찾아보듯, 이번 여름 한국에 가신다면 국립국악원의 공연을 꼭 한번쯤 관람해 보시기 바란다. 국립국악원은 21세기 한국 무형문화예술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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