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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 한인 마트 오거나 말거나

영 그레이, 앨라배마 거주 수필가

메모리얼 데이 휴일에 찾아온 딸을 데리고 한인 식당에 갔다. 바로 옆에 곧 오픈한다는 한인 마트 사인을 본 딸이 굳건하게 문이 닫힌 건물에 왜 아직도 사인이 붙어 있는지 물었다. 몇 년 째 내리지않고 붙어 있는 사인이 처량맞아 보였나 보다. 솔직히 한인 마트만 생각하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대형 한인 마트가 온다는 선전에 속고 사는 것은 벌써 7-8년 됐다. 처음 옛 미국 식품점이었던 건물 벽에 G-마트의 ‘Coming Soon’ 사인이 걸린 것을 본 사람들은 주말에 큰 마음을 먹고 애틀랜타로 장거리 운전을 해서 찾아가는 대형 한인 마트가 이곳에 오픈한다는 광고에 흥분했다. 몽고메리에서도 다양한 동양 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이곳에 주재한 일본 지인들도 대거 환영하며 나를 보면 언제 오픈하는지 버릇처럼 물었다.

“곧 연다고 하니 곧 열겠지” 하던 나의 대답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몰라” 로 바뀌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한 지인이 일본으로 귀국을 하며 “도무지 언제 오픈하는지 아느냐?” 물었다. “너가 일본으로 떠난 후에 열려나 봐” 답하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후 일본을 방문해서 그녀를 만났을 적에 자기가 떠난 후에 한인식품점이 문을 열었느냐?고 물어서 나는 비실비실 웃었다.

몇 년 세월이 흘렀다. 곧 연다던 식품점에 대한 관심이 무관심으로 바뀐 어느날, 빛 바랜 G-마트 사인이 붙었던 자리를 ‘H-mart Coming Soon’ 새로운 사인이 대체했다. H-마트의 명성을 아는 모두에게 눈이 확 뜨인 사건이었다. 이번에는 진실로 한인 마트가 온다고 믿게 됐다. 더불어 H-마트가 선택한 곳에서 불과 3-4마일 거리에 또 하나의 대형 한인 식품점 ‘Zion market Coming Soon’ 사인이 역시 예전에 미국 식품점이었던 건물 입구에 걸렸다. 한동안 어디서나 한인들이 만나면 어느 식품점이 먼저 문을 열 것인지 대화했다. 두 식품점 사인이 붙은 건물에 어떤 조그만 움직임이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주시하며 우리집 여분의 낡은 냉장고와 냉동고는 마트가 문을 여는 날 버린다고 남편에게 공고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나갔다. 두 한인 마트의 ‘Coming Soon’ 조차 진실로 민망한 허위 선전이 된 작년 연말에 H-마트에 푸드코트를 열고 싶은 사람은 뉴저지 본사로 신청하라는 포스트가 한인 가게나 신문에 광고로 나왔을 적에는 새로운 기대감을 가졌다. 버밍햄에 사는 조카가 왔을 적에 이제는 애틀란타 대신에 몽고메리로 장 보러 오라고 했다. 장을 보는 사이에 아이는 내가 맡아서 돌봐 주겠다고 약속했고 미시시피 시골에 사는 동생에게는 앞으로 “동양식품은 내가 사서 갖다 줄게” 했다. 그렇게 “혹시나” 하던 기대감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와도 마트가 오픈 할 기색이 전혀 없어서 또 다시 “역시나”가 됐다. 이제는 H-마트나 시온 마켓 대형 식품점의 실행이 없는 선전 ‘Coming Soon’ 사인은 묵살하고 지나다닌다.

처음 한인 마트가 내 사는 동네에 문을 연다는 뉴스가 나온 후, 이웃에 사는 동양인 여인들과의 티타임에서 한인식품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타민족 여인들에게 나는 열심히 한국산 식품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몇 가지 맛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 곧 당신들은 신선하고 다양한 제품을 직접 선택해서 살 수 있게 됐다”고 큰소리 쳤다. 그랬던 나도 오랫동안 대형 마트의 사인들이 끈질기게 수요자들을 유혹하는 동시에 외면한 바람에 인내심을 잃었다.

한인들은 무엇이든지 화끈하게 ‘빨리빨리’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한다고 아는 동양인 친구들에게 세월이 지나도 ‘Coming Soon’ 사인을 줄곧 내다 걸고 오픈하지 않는 한인 마트의 광고는 현실감을 잃었다. 이곳에 사는 한인들에게 자부심을 줬던 뉴스가 세월이 지나면서 민망함으로 바뀌었다. 요즈음 타민족 지인들을 만나면 우리는 서로를 배려해서 절대로 한인 식품점에 관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 한인들조차 끼리끼리 모이면 마치 ‘크라이 울프’ 스토리 같은 한인 마트의 ‘Coming Soon’ 사인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 나도 대형 한인 마트에 관한한 “오거나 말거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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