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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쓸쓸한 한인 노인들 [고독사 기획1]

이종원 기자
이종원 기자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2/08/16 06:01

특별기획 : 한인노인들의 악몽 '고독사'
가족없이 홀로 살던 노인 사망사례 "심각"

독거 한인노인 김명희(가명)씨가 지난해 12월 둘루스 자택의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김씨는 지난 3월 투병중 별세했다.

독거 한인노인 김명희(가명)씨가 지난해 12월 둘루스 자택의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김씨는 지난 3월 투병중 별세했다.

한인 김명희(60·가명) 씨는 둘루스 힐 드라이브 주택의 추운 방안에 살았다. 1년전 담낭암 수술을 받았지만 혼자였다. 가족은 곁에 없다. 한달 수입은 푸드스탬프 107달러, 장애연금 225달러 등 330달러가 전부였다.

영주권자지만 60세 미만이어서 소셜 시큐리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수술비 때문에 자동차는 팔았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한인마트까지 걸어서 갔다. 같은 성당 교인들이 음식을 갖다주고 살림을 돌봐주지만, 가족없는 외로움은 달랠길이 없었다.

1985년 미국에 이민온 김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자녀들은 타지로 보냈다. 한인 식당에서 키친 헬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2009년 경제위기로 근무하던 식당이 문을 닫으며 실직자가 됐다.

그런 와중에 2011년 5월 담낭암에 걸렸음을 알았다. 수술을 받을 돈조차 없는그는 방법을 몰라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와 팬아시안 커뮤니티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담낭암 수술을 받았지만 그후에도 혼자 살았다. 한때 렌트비도 못낼 상황에 처한 적도 있다.

본지의 불우이옷 돕기 캠페인 '사랑의 네트워크'을 통해 김씨의 사연이 알려진 후 많은 이들의 도움이 답지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쓸쓸했다. 김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술후 몸도 아프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가장 힘들다. 가족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다"고 되뇌었다.

김씨는 지난 3월 애틀랜타의 한 호스피스에서 암으로 사망했다. 교인 및 친구들이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지만, 김씨가 그렇게 보고싶던 가족은 곁에 없었다.

김씨의 장례는 지역 한인성당에서 교인들끼리 치러졌다. 몇몇 가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독한 죽음=김씨의 ‘고독한 죽음’은 애틀랜타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에 따르면 2010년 5월과 12월에도 60대 한인여성이 각각 홀로 사망했다.

1명은 2개월만에 한국의 친지가 나타나 시신을 인수했으며, 다른 1명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한인회에서 장례를 치렀다. 한인회 및 총영사관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그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고독사'가 늘고 있다. 고독사는 '가족없이 혼자 죽음을 맞이함'을 뜻한다. 혈연, 지연 등 사회적 관계망이 완전히 단절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연사’라고도 불리운다. 핵가족화가 진행된 한국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가 이제 미국 이민사회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한인 노인이 ‘고독사’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경찰 리포트나 센서스에는 ‘고독사’에 대한 분류나 통계가 없다. 그러나 한인사회나 봉사단체는 점차 ‘고독사’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 이순희 소장은 최근 다음과 같은 전화를 받았다. “화장 비용이 얼마냐, 죽고 싶다. 비용을 미리 알아야 장례 비용을 마련하고 자살하지 않겠나. 내 장례를 챙겨줄 가족이 없다. 기왕이면 분신자살하고 싶다.” 그 후로 전화는 다시는 걸려오지 않았다. 이소장은 “경제위기가 심각해진 최근 5년새 이같은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며 "한국인의 정서로는 그동안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통계의 부재=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인 노인이 혼자 죽고 있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미국 경찰에 경찰 통계에 ‘고독사’라는 항목은 없으며, 집계된 적도 없다. 그러나 홀로 죽은 한인 노인에 대한 몇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첫째, 미국에서 사망한 한국 국적자의 숫자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국정감사 보고자료에 따르면, 매년 70~90명 가량의 한인이 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범죄나 사고 등의 통계는 제외된 자연사다.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지닌 한인노인들이 자연사한 경우 흔히 가족이 장례를 치르며,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외교부 집계 사망자중 고독사한 상당수가 한인 노인이라고 추정된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구만섭 영사는 “한국대사관에 접수되는 사망 노인 가운데 홀로 죽어 연고자를 찾을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둘째, 미국내 한인 독거노인 숫자다. 노인이 홀로 산다는 것은 곧 홀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인구는 170만6822명, 65세 이상 인구는 14만8244명으로, 전체 한인 인구의 8.7%가 노인이다. 이 가운데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은 11만3341명인 반면, 독거 노인은 2만8274명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혼자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사는 65세 이상 한인 노인은 2000년 1만3114명에서 2010년 2만8274명으로 100% 이상 늘었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고독사 예비군이라는 것이 한인 봉사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애틀랜타 한인회 패밀리센터 이순희 소장은 “한인 노인이 혼자 죽는다는 것은 한인 정서상 예전에는 좀처럼 없었던 일”이라며 “가족 없는 타향에서 아무도 모른 채 쓸쓸히 죽은 이들의 사연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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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전미 노인학회(GSA)와 뉴 아메리칸 미디어(New America Media) 주최, 메트라이프 재단 후원 노인복지 펠로우십 프로젝트(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Jongwon Lee wrote this article as part of a MetLife Foundation Journalists in Aging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and the 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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