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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어떤 이의 꿈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 살며 / 다른 이는 꿈을 이루려고 사네. / 어떤 이는 꿈을 잊은 채로 살고 / 어떤 이는 남의 꿈을 뺏고 살며 / 다른 이는 꿈은 없는 거라 하네.

16억 달러.

메가 밀리언 복권 1등 당첨금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미 전역이 복권 열풍에 휩싸였다. 9억7천만 달러가 걸렸던 지난 19일 추첨을 앞두고 메가 밀리언 복권은 단연 화제였다. 소시민들로선 상상하기 힘든 거액의 당첨금은 평소 요행에 별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복권을 사들게 만들었다. 주 복권국은 추첨을 앞두고 무려 5천 장의 복권을 무료로 배포했는데, 이를 받기 위해 ‘텐트족’까지 등장했다. 당첨자가 없어 23일로 이월된 메가 밀리언 복권의 1등 상금 예상액은 무려 16억 달러. 당첨자가 나올 때까지 복권 광풍은 계속될 것 같다.

1억5천만 달러.



지난 주, 일리노이 주지사 후보들의 선거 비용 일부가 공개됐다. 호텔체인 하얏트 소유 가문의 유산 상속인 중 한 명인 J. B. 프리츠커 민주당 후보는 본인 돈 1억 5천만 달러를 선거전에 투입했다. 미국 주지사 선거 사상 최고 금액이다. 공화당 소속 브루스 라우너 현 주지사 역시 6,800만 달러 이상의 거금을 쏟아부었다. 이들 억만장자들 간의 주지사 선거전은 미국 지방선거 사상 최대 규모 선거 자금 투입이라는 뜻밖의 기록을 일리노이 주에 안겼다.

적게는 2달러에서 많게는 수 십 달러까지 내고 복권을 구입하는 이들은 확률 불문하고, 내게도 엄청난 행운이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벼락을 연이어 맞을 가능성보다 낮다는 3억분의 1, 사실상 ‘확률 0’의 게임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갑을 연다. 당첨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지만 짧은 상상만으로도 팍팍한 일상에 충분한 위로가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선출직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이 막대한 돈과 시간, 노력을 쏟아 붓는 데는 더 치밀한 계산이 있다. 당선 이후 갖게 될 권력과 명예, 정치 철학 실현 등 겉으로 드러난 것 이외에 각종 이권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 액수가 크면 클수록 수익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라우너 주지사와 프리츠커 후보가 선거판에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넣는 것은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일 거다. 유권자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가 물과 기름처럼 분리돼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복권 당첨금은 게임에 참여한 이들의 총 투자금에서 나오는 만큼 별도의 손실을 따질 필요가 없다. 정해진 게임의 법칙 안에서 투자와 수익 배분이 이뤄진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면 이는 한 표 한 표에 담긴 유권자들의 꿈을 짓밟는 것일 뿐 아니라 한 사회의 퇴보로 이어진다. 일리노이 주의 만성적 재정 적자, 비정상적 고세율, 빈익빈 부익부 심화 등은 그동안 관련 법을 제정하고 집행해온 집단이 전체 주민보다는 패거리 간의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달러짜리 복권을 사는 서민들의 꿈은 평범했다. “빚을 갚고,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입하고 싶다.” "엄두를 못 냈던 치과 치료를 받고 싶다." 지난 주말 시카고 다운타운 톰슨센터에서 열린 주 복권국의 복권 무료 배포 행사장에 나온 주민들의 바람이다.

라우너 주지사는 교육개혁, 일자리 창출, 납세자 보호, 주민 안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프리츠커 후보는 이민자와 여성 권리 옹호, 최저 임금 인상, 반(反) 트럼프에 캠페인의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높지 않다.

이들 억만장자들의 진짜 꿈은 무엇일까. 꿈을 나눠주고 살지는 못하더라도,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 소시민들의 소박한 꿈을 빼앗지는 않았으면 한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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